[정종오 칼럼] K그린뉴딜은 ‘보전 위한 상생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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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K그린뉴딜은 ‘보전 위한 상생철학’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5.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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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코로나-K그린뉴딜③] 전문가 시스템, 주민 수용성,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담아내야
아마존.[사진=NASA 기후변화]
아마존.[사진=NASA 기후변화]

“찍어유!”

“뭐신디?”

“아, 나라가 우릴 위해 공장 지어준다고 하잖유.”

“그랴?”

어떤 공장인지,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고 동네 사람들은 도장을 찍었다. 동네 이장이 ‘나라가 하는 일인디’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나라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았다. 나라가 하는 일은 언제나 자신보다 더 중요했다. 나라의 비호 아래 공장을 지은 기업은 온갖 불법을 자행하면서 쑥쑥 성장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이 동네는 오염으로 병들어갔다. 공장이 들어선 뒤 시름시름 앓는 사람이 많아졌다. 동네 사람들은 공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라가 하는 일인디 설마’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작았던 기업은 어느새 대기업이 됐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어느 마을 모습 중 하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코로나19 감염병도 인간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대응한 게 한 원인이다. 개발을 위해 숲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발전이란 말만 들이대면 그 어떤 법도, 그 어떤 항의도 소용없었다.

인간과 환경을 중심으로 지탱 가능한 발전을 하겠다고 마침내 인류가 외치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한국판 뉴딜인 ‘K그린뉴딜’을 두고 정부와 업계,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을 재촉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게 아닌 실제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K그린뉴딜’ 밑그림을 그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다. 이는 전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다. 유럽은 조만간 화석연료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니 10년 만에 전체 발전 비중의 20% 확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업체 관계자를 만나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시스템 오작동’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절이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마다 조직과 예산이 배정돼 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있는데 전문가가 없어 시스템이 오작동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중심으로 조직이 짜이다 보니 전문적 영역에서 소통하기 쉽지 않다는 불만이었다.

사실 재생에너지 분야의 풀어야 할 숙제 절반이 근처 주민에게서 비롯된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관련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 환경영향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담당자가 아니라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개발시대에 정부는 국민 위에 있었다. 감히 정부와 기업체가 추진하는 일에 주민이 반대하는 것은 ‘불충’이었다. K그린뉴딜은 다르다. 인간과 환경, 지탱 가능한 일자리 창출, 지역 균등발전 등이 K그린뉴딜의 철학이다. 주민 수용성을 얼마나 빨리, 적극적으로 추진하느냐가 K그린뉴딜의 승패 요소이다.

주민도 예전과 다르다. 정부와 대기업이 하는 일에 무조건 찬성하지 않는다. 해당 사업이 자기 삶에,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자세히 분석하고 정리한다. ‘정부-기업-주민’ 등 이해 관계자가 정기적 모임을 하고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30일부터 시작한다. 시대가 급변한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에너지와 기후변화 전문가가 21대 국회에 많이 들어갔다. 아직 논의가 무르익은 것은 아닌데 K그린뉴딜 추진과 기후변화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이른바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문제는 에너지에서 비롯되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실제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는 ‘환경과 기후변화부’라는 부처가 있는 곳이 많다.

지금 인류는 개발과 경쟁이 아닌 보전과 상생으로 가고자 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 시스템을 바꾸는 데 있어 형식과 조직만 바뀐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전과 상생이란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K그린뉴딜은 개발하기 위한 경쟁철학이 아니라 보전하기 위한 상생 철학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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