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메뉴 조정과 함께 시작하는 ‘맘스터치’ 이병윤號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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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메뉴 조정과 함께 시작하는 ‘맘스터치’ 이병윤號에 바란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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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로 초기 멤버인 이병윤 사장, 취임과 동시에 가격 조정 및 메뉴 정리
대내외의 압박 심하겠지만 ‘맘스터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장점 유지하길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돌이켜보면 ‘맘스터치’는 작은 혁명이었다.

떠오르는 버거 브랜드라고는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KFC 밖에는 없던 1990년대에 중소기업이 ‘닭 넓적다리’ 패티로 버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맘스터치’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상대로 초반에는 힘겨웠다. ‘파파이스’ 운영사의 서브 브랜드로 출발해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모기업은 ‘맘스터치’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이 때 정현식 회장이 ‘맘스터치’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를 인수해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2005년 맘스터치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 준 메가 히트작이 탄생했다. 맘스터치의 시그니처 버거인 ‘싸이버거’가 그것이다. 허벅지를 의미하는 ‘Thigh’와 ‘버거’를 합친 ‘싸이버거’는 닭다리 살 패티의 독특한 질감과 넉넉한 크기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때부터 치킨 배달점이었던 ‘맘스터치’의 정체성이 버거와 치킨을 혼합한 레스토랑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기존 버거 브랜드들이 큰 상권에서의 대형 매장에 집중한데 반해 맘스터치는 골목길로 파고들었다. 패스트푸드점이 꺼려하는 2층 매장도 맘스터치는 과감하게 출점했다. 어느새 1200호 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버거 브랜드들과 대기업과도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업 가치 역시 수직 상승했다.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하고, 비록 지금은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해외진출까지 시도했다.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에도 당선된 정현식 회장과 해마로푸드의 미래가 장밋빛일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해까지 당연한 평가였다.

지난해 11월 해마로푸드 내부에서도 극비리에 추진되던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 오너인 정현식 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약 2000억원에 매각한 것.

정 회장은 “지금의 성공을 넘어 앞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며 “기업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기보다, 글로벌한 역량과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해마로푸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경영권을 확보한 사모펀드에 고용 안정을 요구하면서 노동조합이 출범했고, 경영진도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다.

지난 1일 이병윤 사장이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새로운 사업부문 총괄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맘스터치’가 2년 3개월 만에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의 가격을 400원 인상하는 등 대대적 가격 및 메뉴 조정에 나선 날이었다.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맘스터치의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소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또 새로 채워진 경영진들의 출신을 거론하며 이번 가격 및 메뉴 개편의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브랜드 이미지의 하락은 작은 틈에서 시작한다. 이를 맘스터치의 과거 모기업 출신인 이병윤 사장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병윤 사장에게 제안을 해본다. 사모펀드와 글로벌 햄버거 체인에서 영입된 인재들은 아무래도 맘스터치만의 ‘성공 히스토리’와 특성을 완벽하게 알기 어려울 것이다. 브랜드 특성을 살리는 정책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며 이병윤 신임 사장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산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싸이버거’를 비롯한 ‘맘스터치’의 다양하고 정성스러운 메뉴를 사랑해 다른 버거 브랜드보다 2~3배 넘는 대기시간을 즐겁게 기다리던 고객들에게서 이병윤 호의 미래를 찾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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