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산산이 부서진 ‘아틀라스 혜성’…우주 먼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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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산산이 부서진 ‘아틀라스 혜성’…우주 먼지 되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2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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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주기 6000년, 5월 23일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
미국 애리조나 레몬산천문대에 위치한 OWL-Net 4호기로 관측한 아틀라스 혜성. 2020년 3월 30일 영상(왼쪽)과 4월 17일 영상을 비교하면 혜성의 밝기가 확연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천문연]
미국 애리조나 레몬산천문대에 위치한 OWL-Net 4호기로 관측한 아틀라스 혜성. 2020년 3월 30일 영상(왼쪽)과 4월 17일 영상을 비교하면 혜성의 밝기가 확연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천문연]

서쪽 하늘에 긴 꼬리를 그리며 천천히 움직이는 천체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실제 이 같은 일이 4월 말~5월 초에 있을 법했다. 지난 3월 말까지는 매우 밝았다. 4~5월에는 더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이 빗나갔다. 2019년 12월 말에 발견돼 점점 태양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아틀라스(ATLAS) 혜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이 혜성은 여러 개로 쪼개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각조각 나뉘면서 밝기도 약해져 맨눈으로 보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아틀라스(ATLAS, 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는 하와이 대학(University of Hawaii)이 개발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원하는 소행성 충돌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2월 발견된 ‘C/2019 Y4(ATLAS) 혜성’은 발견 당시 상당히 희미했다. 지구로 다가오며 급속히 속도가 빨라지고 밝기가 증가했다.

올해 초 NASA 예상으로는 1997년 ‘헤일-밥 혜성’ 이후로 금성이나 초승달에 버금가는 밝기로 북반구 밤하늘을 밝힐 대 혜성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해 질 무렵 서쪽 하늘에서 맨눈으로도 관측 가능할 정도로 밝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4월 초순쯤부터 현재까지 혜성의 밝기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아틀라스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3월 말경부터 현재까지 천문연의 관측 시설인 OWL-Net(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을 활용해 혜성의 변화를 모니터링 했다.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혜성의 중심 밝기가 타원형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예상 궤도를 약간 벗어나는 정황을 통해 현재 아틀라스 혜성은 태양으로 다가가면서 쪼개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혜성은 타원 혹은 포물선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를 말한다. 소행성과 가장 큰 차이점은 소행성이 바위(돌) 등으로 구성된 것과는 달리 혜성은 먼지와 암석, 물 성분의 얼음과 얼어붙은 가스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혜성이 태양에 가깝게 접근하면 내부 성분이 녹으면서 초록빛 등의 긴 꼬리를 남긴다.

약 6000년 공전주기로 돌아오는 아틀라스 혜성은 현재 금성-지구 궤도 사이에 있다. 5월 23일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다가오고 5월 31일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통과한다. 이후 태양계 외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틀라스 혜성은 현재 밤하늘의 큰곰자리 근처에 있는 기린자리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5월 중순쯤에는 페르세우스자리 근처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틀라스 혜성은 지난 4월 초에 예상 밝기보다 감소하는 것이 관측됐다. 추가 관측을 통해 혜성의 핵이 4개로 나눠진 것으로 나타났다. NASA는 4개(A, B, C, D)의 개별 조각에 대해 궤도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0일 허블우주망원경 촬영 결과 혜성의 핵은 최소 10개 이상으로 쪼개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과학자들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과 소행성에 관한 관심이 높다. 혹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엇보다 혜성과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에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혜성과 소행성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태양계 초기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과학자들은 이런 배경으로 혜성과 소행성을 ‘태양계 타임캡슐’로 부르기도 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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