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왜 카드로 못 살까?...현금없는 사회 진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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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은 왜 카드로 못 살까?...현금없는 사회 진척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2.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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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비중 낮아지며 금융소외 문제도 대두
사진=한국은행 제공
사진=한국은행 제공

 

2000년대에 들어서며 신용카드나 모바일 지급수단 등이 빠르게 확산되며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비중이 낮아졌다.

이른바 '현금없는 사회'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아직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비현금 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90% 수준에 달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이 작년 5월 전국의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고, 응답자의 73.1%가 "과거에 비해 현금 사용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한 "지폐와 동전 등 현금의 이용이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이는 89.2%, "미래의 결제수단은 현금이 아니라 카드와 전자결제 등으로 모두 대체될 것"이라고 답한 이들도 77.2%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금이 없으면 구매가 어려운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권이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서는 판매제한을 규정하고 있는데,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는 사행성 방지를 위한 규정이다. 최종 구매자 1명에게 한 번에 20만원 범위를 초과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최근 법개정으로 추첨식 전자복권, 즉석식 전자복권, 추첨식 인쇄·전자결합복권, 온라인복권 등은 신용카드 결제로 판매가 가능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편의점이나 로또 판매점을 들르기 위해선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법을 위반해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한 이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각종 상품권 역시 아직 신용카드 결제가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1조의2(결제금지 대상범위 등) “신용카드업자와 상품권 신용카드 거래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발행자가 발행한 상품권의 구입 금지”가 해당 내용이다.

후(後) 결제 신용으로 구입한 상품권은 쉽게 현찰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깡'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인카드의 경우 예외다.

유가증권인 상품권은 액면가치만큼 어떤 물건을 살 수 있는 일종의 '권리'로 봐야 한다. 상품권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실제 구매하는 시점에 가야 비로소 세금계산서 발행이나 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다.

기업에서는 거래처의 선물이나 임직원 포상 등으로 상품권을 흔히 구입한다. 기업이 활동하며 사업과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이다.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서는 이러한 접대비의 지출 대상, 지출 목적, 지출액, 접대 내용 등을 반드시 밝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선 상품권을 사들이고도 이를 증빙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법인카드 영수증을 통해 세금계산서와 같은 효력의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풀어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지하철 정기권을 카드 결제로 살 수 없는 것도 꼽을 수 있다. 현금으로 교환하는 '깡'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사를 포함한 수도권 9개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정기권 등 충전 시 카드결제시스템 도입을 논의한 바 있으나, 막대한 시스템 구축비용 및 카드사로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비용 추가 발생, 운송원가 상승, 지하철 운임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결제시스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경우 중앙은행 조사 결과 현금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2014년 27%에서 2018년 45%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현금결제 거부 경험이 있는 이들은 0.5% 수준으로 미미하다.

최근 현금결제의 비중은 스웨덴의 경우 13.0% 수준이고, 영국이 28.0%, 뉴질랜드가 31.0%다.

한국 또한 2018년 기준 19.8%로 대단히 현금 이용의 비중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26.0%, 일본이 48.2%, 독일은 47.6%, 유로존의 경우 53.8%로 아직 현금사용이 많다.

경제가 성장하며 화폐발행잔액은 대부분 국가에서 꾸준히 증가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빠르게 현금없는 사회로 접어드는 스웨덴의 경우 감소 추세다.

이러한 현금사용의 감소는 현금공급 창구의 축소로 이어진다. 은행의 지점이나 ATM 수도 급감하며 시민들의 이용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2018년 기준 스웨덴의 경우, 은행 지점 수가 2011년과 비교해 33.2%가 줄었다. 2008년 말 1777개였던 은행 지점은 2018년 1176개로 줄었다.

ATM 역시 2014년과 비교해 2018년 기준 21.2%가 줄었다.

결국 이런 추세는 금융소외와 소비활동 제약의 문제로 불거진다. 특히 불편을 겪는 것은 고령층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지역 거주자 등 취약계층이란 점이 문제다.

그밖에도 대규모 정전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지급수단이 부재하다는 점, 소수 민간지급결제업체에 의한 독과점 문제, 디플레이션 시기 안전투자 수단의 상실, 상업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부과에 대한 방어수단 제약 등의 폐해도 지적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 떄문에 스웨덴 정부는 현금접근성 약화를 방지하는 법개정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내용은 예금규모가 700억크로나(약 8조9000억원) 이상인 상업은행 6개에 대해 현금취급업무, 즉 입출금 서비스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스웨덴 우정통신청이 이 의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위반시 금융감독청이 제재에 나선다.

영국의 경우 상업은행 지점 폐쇄 지역의 주민들이 우체국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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