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절, 매일 새벽 4~5시 즈음이면 집집 대문과 현관 앞엔 조간신문이 배달됐다. 가장인 아버지는 조간신문을 읽으며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과 아침식사를 했다. 신문은 대로변 신문가판대(news kiosk)에서는 몇 백 원만 주면 누구나 쉽게 사서 대중교통수단, 찻집, 공원 같은 공공 공간에서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대중 시사지 겸 교양 정보매체였다.
인쇄판 신문업계가 인터넷의 대중화 이후로 고전을 겪고 있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종이 매체의 컨텐츠가 제공되는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하고 사용자 주도로 제작・배분되는 무료 컨텐츠의 홍수의 시대가 열린 이래, 뉴스 사용자들(news users)의 디지털 정보 소비 행태도 함께 변했다. 특히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경우가 그러한데, 지난 10년(2009~2018년 기준) 사이, 전세계를 통틀어 신문을 읽는 MZ세대 젊은이 인구는 20%도 못미친다고 한다(자료: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
모바일 인터넷 문화는 대중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켰다. 최근 12월 18일 자 <이코노미스트> 영 겅제주간지는 스마트폰 문화로 인해서 ‘청소년들이 뉴스의 법칙을 새로 쓰고 있다’고 경고 어린 분석을 내놨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젊은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매우 높다. 그들이 평상 의사소통 외에도 게임, 사교, 이성교제, 오락 그리고 뉴스로 세상을 접하는 제1차 터미널은 스마트폰이며 특히 소셜미디어(SNS) 앱과 포털이 제공하는 큐레이팅되고 여과된 정보를 뉴스헤드라인으로 접한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들은 다름아닌 정치가와 연예인들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서 세계적 유명 정치인들은 대체로 트위터를, 한국의 정치가나 연예인들은 페이스북으로 직접 자신의 최신 근황과 의견을 알린다. 특히 비쥬얼이 중요한 연예인과 설렙들은 인스타그램 사진들로 자신의 비즈니스와 사생활을 홍보하면서 명성을 재확인한다. 젊은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인터넷 미디어를 잘만 이용하면 그들처럼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한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젊은 뉴스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냅챗,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뉴스채널을 옮겨야 할까? 로이터인스티튜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진지한 뉴스 보다는 연예인, 스포츠인, 가벼운 가십 소식을 얻는 통로로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비쥬얼 위주 정보가 아니면 단 1초의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젊은이들에게 뉴스읽기란 바쁜 일상 속에서 SNS을 통해서 신뢰하는 인맥을 통해 전달된 주요 헤드라인을 확인하는 활동 정도로 여기며, 인스타그램 인증사진이나 유튜브 동영상은 사건을 비쥬얼로 확인할 수 있는 입증자료로 간주한다.
젊은이들 사이서 뉴스를 얻는데 선호되는 SNS 플랫폼은 나라와 문화별로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포털과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한다.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은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종일 스트림으로 컨텐츠를 받아 소비한다. 아랍과 인도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과 스탭챗에 매료돼 영상과 발리우드 연예인 뉴스를 얻는다. 뉴스는 등하교시나 이동하고 대기하는 시간채우기용(time filler)으로 유용한 눈요기거리이며 헤드라인을 읽고나면 금방 잊혀지는 순간소모적 정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밀레니얼(25-34세)과 Z세대(18-24세) 젊은이들은 심각한 정치・군사・경제 뉴스에 대한 기피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 베이비부머나 X세대가 중시하던 깊이있는 탐색취재, 지나친 역사적・맥락적 배경지식을 요하는 보도, 정치적 편향에 치우친 보도는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회의적이다. 특히 최근 여러 주류언론사들의 논조 지나치게 정치편향적으로 흐르면서 젊은이들은 모든 뉴스가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잘 알고있다. 그래서 그들은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여부는 지인들과의 정보 공유를 거친 후 직접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보니 과거 어른 세대가 권위있다 인정하는 유명 언론사들(예컨대, 미국 CNN, 영국 BBC영 등)의 지명도는 젊은 뉴스 이용자들의 뉴스와 오피니언 형성에 별 의미나 권위를 발휘하지 못한다.
정치가와 설렙들은 이제 언론신문사, 방송사, 통신사들의 보도기준과 편집규정을 거쳐가며 기자회견이나 언론발표를 할 필요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발표하고 자기가 유행시킨 ‘밈(meme)’이 얼마나 많은 ‘좋아요(Like)’를 유발하며 구독자 수가 증가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 결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는 현대인들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게토 속으로 현대인을 더 깊이 몰아 넣고, 젊은이들이 취하는 뉴스는 우물안 개구리식 자기메아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종이 출판 언론매체의 구독자 수와 매체들이 다수 사라져가고 언론의 지형도가 대변화를 겪는 사이, 양질의 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권위있는 언론사들은 디지털환경을 헤쳐나갈 새 수익모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최근 서구 언론 시장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구독료제(subscription business model)와 ‘페이월(Paywall)’ 기사 유료화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지명도가 굳건한 연륜있는 해외 언론매체의 유료화는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른 곳에서 취할 수 없는 양질의 심층 뉴스 보도를 위해 돈을 지불하려는 독자는 아직도 많음을 입증한다. 아직은 청소년일이지만 Z세대가 스스로 읽고 싶은 뉴스를 선택하고 뉴스를 구입하는 주도적 소비 주체가 될 날은 머지 않았다. 테크의 발전과 함께 뉴스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뉴스를 제작해 다양한 매체로 전달하는 방법은 더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