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 애경그룹, "국내 LCC 1위도 안심 못 해...M&A는 생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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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전] 애경그룹, "국내 LCC 1위도 안심 못 해...M&A는 생존 문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9.17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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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JAPAN'에 환율 상승, 중동발 유가 리스크까지...3重苦 겪는 ‘제주항공’
- 출혈 경쟁 덫에 걸린 국내 LLC...태생적 한계에 국적 대형항공사 인수 '천재일우'
- 한진 견제 명분 설득력 있지만...FI 의존도 높여 재무적 한계 넘을 수 있을까
제주항공이 29일 45번째 항공기를 추가 도입했다.
사진=제주항공

 

애경그룹이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선정에 대한 입장문까지 발표하면서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입장문 발표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배수의 진을 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결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주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지난 2006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출범시켜 국내 LCC 1위 항공사에 올려놓은 저력을 보여줬다.

입장문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가한 예비후보 중 항공운송산업 경험이 있는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이기도 한 애경그룹은 사업적 명분 또는 시너지 측면에서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반면에 매각자 측에서는 명분보다 실리가 더 중요한 문제로 애경그룹이 제안할 인수가와 자금 조달 능력이 M&A 성사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애경그룹이 직면한 상황은 재무적으로 녹록치 않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연합뉴스]

 

▲‘NO JAPAN'에 환율 상승, 중동발 유가 리스크까지...3重苦 겪는 ‘제주항공’

애경그룹은 지난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4000억 원 정도 수준에 부채비율도 1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비용 마련은 물론 인수 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올해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승자의 저주’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화학 부문과 함께 애경그룹의 주력사업인 제주항공이 한·일 분쟁과 환율 상승에 이어 갑작스러운 유가 리스크까지 발생해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 중 LCC는 국적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일본노선 의존도가 높고, 환율·유가 변동 민감도가 높아 손실 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한·일 갈등이 역대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민들의 ‘노 재팬(NO JAPAN)’ 운동 참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일본노선 여객 점유율이 줄고 있다.

제주항공의 지난 2분기 여객 매출액에서 일본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3.4%에 달한다. 일본노선을 줄이는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 등 대체 노선을 확대해야 하지만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다.

KB증권은 지난 달 보고서에서 일본노선 부진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주항공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19.5%, 28.9% 각각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주요 국가 간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정유시설이 예멘 반군의 드론 테러로 피습을 당해 가동을 멈추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번 중동 리스크로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제트유가 상승이 항공사 손익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자료=신한금융투자
자료=신한금융투자

 

▲출혈 경쟁 덫에 걸린 국내 LLC...태생적 한계에 국적 대형항공사 인수 '천재일우'

국내 LCC 시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해외 여행수요가 급증하던 2010년 이후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제주항공도 항공운수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직접 몸으로 부딪쳐 체화하면서 대형사와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국내 LCC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제주항공은 최근 몇 년 간 호황을 누려온 LCC 항공사 중에서도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기업가치로도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해 왔다. 지난해에는 제주항공 시가총액이 아시아나항공을 추월하면서 상징적인 이벤트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LCC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도 증가하면서 LCC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 국내 LCC 시장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사에 지난 3월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등 3개사가 신규 항공면허를 취득한 상태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항공사들은 경기 침체로 여객·화물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률도 둔화돼 지난 2분기에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늘 성장을 거듭하던 항공업계가 이번 3분기에도 악재 해소는커녕 오히려 3중, 4중의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시계제로’ 상황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결국 어려울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 FSC다. LCC는 여전히 단거리 위주인 데다 주요 고객층이 경기 상황 등 여러 악재에 민감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다시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애경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대한항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항공수요가 정체되고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항공시장 성장 잠재력은 높고, 공급 과잉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덩치를 키우는 방법이 가장 쉽고 우월한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7일 중국 내 영향력 있는 30명의 SNS 파워블로거를 한국으로 초대한다.
제공=아시아나항공

 

▲한진 견제 명분 설득력 있지만...FI 의존도 높여 재무적 한계 넘을 수 있을까

채권자인 정부기관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흥행시켜 최대한 채권을 회수하는 목적 외에도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교롭게도 오너가에 대한 도덕적 지탄과 경영권 논란이 함께 빚어졌다. 국적 FSC로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 간 균형이 이번 인수전 결과로 무너질 수도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할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명분상 항공운수업을 영위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다른 인수후보에 앞선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한항공과 LCC 사이에서 어정쩡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숙제다.

이번 인수전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는 FI와 SI들의 행보다. 전략적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이들이 오는 11월 중 이뤄질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기민하면서도 과감하게 이합집산하며 의외의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경그룹이 재무적 평가에서는 열세를 보이지만 만약 국내 초대형 IB 중 한 곳과 어깨동무를 하고 FI로서 참전을 이끌어 낸다면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만큼 풍부한 자본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딜의 경우 막판에 예상치도 못한 전략과 변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채권단과의 이해관계부터 국적 대형항공사라는 특성까지 고려할 때 경우의 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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