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 HDC현산-미래에셋, “시너지는 부차적...좋은 매물이면 사는 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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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전] HDC현산-미래에셋, “시너지는 부차적...좋은 매물이면 사는 게 정답”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9.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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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벨로퍼 강자 ‘현산’...부동산 규제 정책에 국내 주택시장 ‘시계제로’
- “건설업과 항공업은 시너지 없다?”...중요한 건 시너지 아닌 ‘기업가치’
[사진 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마감되고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가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흥행 실패를 거론하며 인수전 열기가 식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참전에 나선 기업들은 공격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수후보들만 해도 4파전을 치르게 된 아시아나 인수전은 향후 다양한 구도에서 합종연횡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보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잠재 후보군이 막후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에 더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원하는 매각 방향에 맞게 이번 인수전에서 현재까지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인수후보는 정몽규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그룹(이하 현산)과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대우(이하 미래에셋) 컨소시엄이다.

 

주요 글로벌 대형항공사 주가 추이
주요 글로벌 대형항공사 주가 추이 [자료=한화투자증권]

 

▲디벨로퍼 강자 ‘현산’...부동산 규제 정책에 국내 주택시장 ‘시계제로’

현산이 지난 3일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재무적 투자자(FI)인 미래에셋과 손잡고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이날 증시에서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1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받은 충격은 꽤 컸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인수전 참가를 두고 현산 본업인 건설업과의 연관성이 낮은 데다 막대한 채무 부담과 자금 투입에 대한 ‘승자의 저주’ 우려로 주가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내용의 부정적인 보고서를 일제히 쏟아냈다.

현산은 최근 몇 년 간 맞았던 주택업계 호황으로 곳간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이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 1조 6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적 여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이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본확충을 포함해 1조 5000억 원에서 2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회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산은 개발사업 전문성, 우수한 브랜드 자산 등을 보유하고 수익성이 좋은 주택 자체사업에 디벨로퍼로서 강점을 보이며 주택건설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대신 대형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또 하나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랜트나 해외 부문에 약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현산도 그룹 성장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주택 공급 규제, 건설사 간 과열 경쟁 등 국내 주택시장을 둘러싸고 여러 악재가 노출되면서 현산에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내용을 뒤집어 보면 건설업 리스크가 그만큼 크거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볼 수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시장 불황의 타계책으로 본업과 관련된 사업 다각화가 아닌 항공산업 진출은 다소 엉뚱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용산 민간역사 개발로 시작하게 된 용산아이파크몰은 엄밀히 따지면 건설 관련 사업에서 파생된 유통업으로 이마저 노하우 부족 탓에 장기간 적자를 겪기도 했다.

현산이 지난 2006년에 인수한 악기회사 영창도 본업 비관련 다각화 사업의 대표 사례로 인수 후 장기간 실적 부진에 허덕이면서 악기 사업 외 건설 관련 사업부를 붙여 현산 내 거래 의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과 항공업은 시너지 없다?”...중요한 건 시너지 아닌 ‘기업가치’

반면에 M&A전략에서 반드시 본업 관련 사업 다각화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좋은 매물이 나타나면 사는 게 기업 성장의 지름길로 중요한 것은 기업가치 평가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전의 매각 당사자인 금호그룹을 비롯해 STX, 웅진 등 M&A를 통한 빅딜로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진출해 건실했던 본 사업까지 동반 부실화된 사례가 강렬한 인상을 남겨 ‘승자의 저주’로 리스크가 더 부각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인 이유는 수십 년 간 축적해 온 국적 대형항공사(FSC)로서의 위상과 기업 브랜드, 인허가 사업인 항공산업 관련 각종 면허의 희소성 등을 한 방에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일 뿐 인수로 인한 시너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시각이다.

게다가 초대형 IB로서 자본력이 탄탄한 미래에셋이 파트너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현산이 주력으로 삼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건설사가 디벨로퍼로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만큼 원활한 자금 조달도 필수적이다. 현산과 미래에셋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서 경험을 쌓으며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부동산 시장에서 맺었던 인연을 M&A로도 이어졌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7년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114’를 현산에 매각한 바 있다. 이번 인수전 공동 참여 배경으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관계라는 사실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래에셋이 FI로서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현산과 함께 기업의 미래가치에 걸 맞는 베팅으로 이번 인수전에 성공하면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상향과 함께 조달금리가 낮아져 이자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에셋은 금융사로서 아시아나항공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금융 먹거리들도 챙길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한 관련 사업 시너지라는 게 오히려 일감 몰아주기나 배임과 같은 이슈와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며 "본업과 직접적인 연관 없는 시너지를 엮어 명분 삼기보다는 항공산업이라는 비즈니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PMI(인수 후 통합)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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