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또 '재무통' CEO 선임 이유는...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이례적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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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체제, 또 '재무통' CEO 선임 이유는...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이례적 교체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9.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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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그룹 회장, 인사 통해 경영서 자기 색 내고 있어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회장 사의...'재무통' 정호영 LG화학 사장 선임

LG디스플레이가 3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시점에 이례적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정기 인사가 2달 여 남은 시점에 단행된 최고경영자(CEO) 교체라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16일 LG디스플레이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최근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의 후임으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상범 부회장은 2013년 1월부터 6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17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재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실적 하락에 따라 대내외적으론 이번 정기 인사 때 한상범 부회장의 사임이 이뤄질 것으로 여기던 분위기"이라면서도 "긴급 이사회를 통해서 CEO가 교체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인사를 통해 자기 색을 내고 있다.

구광모 체제의 LG그룹 의사결정권은 경영전략·CFO(최고재무책임자) 라인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그룹 내 2인자인 권영수 LG 부회장(COO·최고운영책임자)도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한상범 부회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정호영 LG화학 사장도 재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LG전자 CFO, LG디스플레이 CFO, LG생활건강 CFO, LG화학 CFO를 거쳤다. LG디스플레이에선 2008년부터 6년 동안 재직했다.

공장장 출신인 한상범 부회장과는 결이 다르다. 이 때문에 구광모 체제의 LG그룹이 무엇을 경영 중요점으로 삼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선이 굵었던 한상범 부회장과 정호영 신임 대표는 출신부터 완전히 다른 인물”며 “경영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경영전략과 재무를 강조한 구광모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체제에서 LG그룹은 많은 인사이동이 있었다. 경영전략·재무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실제로 LG그룹은 지난해 7월 구광모 회장 취임 17일 만에 하현회 부회장을 LG유플러스로, 권영수 부회장을 LG로 맞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하현회 부회장은 대표적인 BJ라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상범 부회장도 대표적인 BJ라인으로 지목받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 CEO 교체가 KM-YS(구광모-권영수)라인 경영에 탄력이 될 것이란 해석이 업계에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매출 5조3534억원,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 4월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 4월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구광모 체제의 LG그룹 1년여 기간 동안 취임 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회장은 2명만 남았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LG그룹은 6명의 대표이사(부회장)를 두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신학철 부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신학철 부회장은 3M 출신으로 외부 인사가 첫 LG그룹 CEO에 오른 케이스다. 박진수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현재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상범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조성진 부회장과 차석용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 1953년생으로 비교적 다른 대표이사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생활건강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자리가 아직은 굳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그러나 조성진 부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한상범 부회장은 2012년 LG디스플레이 CEO로 취임한 후 그 해 2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LCD 패널 가격 하락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며 악재를 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에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한 평균 예상치(컨센서스ㆍ2846억원 적자) 보다 더욱 심각한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 쇼크’ 기록했다. 지난 1분기부터 이어온 적자가 더욱 고착화된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도 “한상범 부회장이 그간 경영 일선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지만, 최근 불황으로 이어진 악재의 책임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범 부회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지만, 최근 실적 하락의 책임을 회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LG그룹의 이런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다음 수순은 조성진 부회장이 될 것이란 예측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측은 사내 정치적 이유보단 실적 반등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의 인사라는 입장이다.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CEO 교체의 이유로 ‘조직 분위기 쇄신’을 들었다. 새로운 사령탑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한 부회장도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사퇴 의사 내비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중국에 대형 OLED 패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OLED TV 1000만대 시대를 가속하겠단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글로벌 LCD 패널 산업은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OLED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선정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사업에 변곡점을 맞은 LG디스플레이가 이번 CEO 교체로 반등에 성공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정호영 사장의 그간의 경험이 산업을 넘나드는 통찰력을 발휘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적임자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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