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이용 세력 있나’... 거짓 선동에 흔들리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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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이용 세력 있나’... 거짓 선동에 흔들리는 한국 기업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7.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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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일본기업’ 공식 만들어 퍼 나르는 일부 소액주주... 삐뚤어진 투자심리 ‘주의’
쿠팡을 일본기업으로 각인시키고, 그 대체재로 *마트를 각인시키자는 내용의 네이버의 카페 글 캡처 화면.
쿠팡을 일본기업으로 각인시키고, 그 대체재로 *마트를 각인시키자는 내용의 네이버의 카페 글 캡처 화면.

우리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열풍에 편승해 엉뚱한 국내 기업을 일본기업으로 호도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손 회장은 1000억 달러(117조 85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이끌며 세계 최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손정의 회장은 “I will”이라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러한 현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정부와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일관계에 있어 정치 외교와 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는 별개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성난 국민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자발적인 ‘일제 불매 운동‘으로 ‘일본 기업’ 조준 사격에 섰지만, 정치와 산업을 넘나드는 ‘오발‘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 펀드의 자금 유입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기업들이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자본의 해외 투자를 유치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일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7일 장마감 기준으로 57.70%로 과반 이상이 외국인 지분이다. 지분율로 기업의 국적을 가름한다면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모순적이게도 일본 담배 불매 운동에 따라 한국 담배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점쳐지는 KT&G도 외국인 소진율이 50.77%나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불매운동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큰 흐름이 되고 있다. 국력 회복과 자긍심 고취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불똥이 잘못 튀어 엉뚱한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몇몇 한국 국적 기업은 일본 자본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국적 논란‘에 휩싸여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다.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매운동 관련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다. 쿠팡의 국적(?)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일본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대주주이고 따라서 쿠팡 또한 일본 기업이라는 루머다. 쿠팡이 일본 기업으로 잘못 거론되고 있는 배경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로부터 받은 총 30억 달러의 투자가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추론이다. 쿠팡은 소프트뱅크가 아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대형 주주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세계적인 혁신 산업에 투자하는 다국적 글로벌 펀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 450억 달러, 아랍에미레이트의 무바달라 150억 달러 외 폭스콘, 퀄컴, 애플 등 기술 기반 회사들의 투자로 이뤄졌다.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펀드 중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30% 미만이다. 펀드 구성원 중 일본 기업이 있다고 해서 해당 펀드 전체를 ‘일본 펀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로부터 투자 받은 기업은 쿠팡 뿐 아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반도체 설계회사 ‘ARM’, 글로벌 온디맨드 차량 플랫폼 ‘우버‘, 세계 1위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 등은 SVF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ARM의 프로세서는 삼성전자를 포함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쓰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청와대)

 

재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대국민 반일 감정을 틈타 악의적으로 쿠팡이 일본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일부 집단이 대중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의 한 대형마트 종목토론실에 소액주주들이 남긴 글을 보면 ‘쿠팡 일본자금 이슈화 못하면 주가 반등 없다’며 확산을 하라는 게시물들이 많다. 어느새 쿠팡과 경쟁관계로 비치는 이 대형마트가 반일 기업 정서에 따른 ‘수혜주’가 되길 바란다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역 커뮤니티에는 한 번도 활동한 적 없는 아이디로 가입해 비슷한 닉네임으로 선동성 게시물만 남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10여분 만에 맘카페, 주식 카페, 심지어 뷰티 카페까지 세 개의 카페에 글을 퍼 나르며 악의적인 선동을 하고 있다. 글 말미에는 ‘쿠팡을 사용하는 고객은 매국노로 몰아가자’는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순수한 불매운동을 불순한 의도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가려내야 불매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일부 기업을 몰아가는 행동들은 시장 질서를 흐트러트리고 본질을 흐리는 움직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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