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SK, 日 수출 제한 시 ‘핵폭탄’ 될 거라는 ‘타크리스 PR’ 국산화 검토...백색국가 배제 대응책 마련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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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SK, 日 수출 제한 시 ‘핵폭탄’ 될 거라는 ‘타크리스 PR’ 국산화 검토...백색국가 배제 대응책 마련 사활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7.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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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크리스 PR,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력 반도체 대부분에 투입되는 소재
- 국산화 테스트 진행 중...품질 검증 합격해도 즉각 도입은 어려워
- 지금은 수출 제한 품목이 아니지만, 백색 국가 배제 등 추가 제재 대비 일환

“일본 정부의 EUV용 포토 리지스트(PR) 수출 규제가 수류탄급 타격이었다면, 타크리스 PR 수출 규제는 핵폭탄이 될 것”

반도체 공정에 정통한 업계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수출 규제 확대 조짐에 대비해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핵심 소재인 ‘타크리스 PR’의 국산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이 반도체 제작ㆍ소재업계 등을 종합 취재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국내 반도체 소재 생산 업체들로부터 타크리스 PR의 샘플을 받아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품질인지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의존도가 높고, 주력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타크리스 PR'의 국산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의존도가 높고, 주력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타크리스 PR'의 국산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일본 정부가 내달 중순 한국을 수출 절차 우대제도인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산 타크리스 PR의 공정 도입 검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가능성에 대응해 추진하고 있는 ‘소재 국산화’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은 물론 공장기계·전자부품·화학약품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한을 받는 수출품은 약 850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가 끝이 아니란 얘기다.

일본 정부는 현재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리지스트(PR)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PR은 여러 종류 중 EUV(극자외선)용에만 국한해 제한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타크리스 PR은 수출 규제 소재가 아니지만, 언제든지 제재가 확대돼 공급이 제한 될 수 있어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급 난항을 겪고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와 ‘EUV용 PR’의 국산화ㆍ수입처 다변화 등을 추진하면서, 이번 테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미 문제를 겪고 있는 소재뿐 아니라, 일본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 추후 수출 규제 확대 시 타격이 예상되는 소재들도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급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타크리스 PR은 초소형ㆍ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핵심 소재로, 일본 기업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10나노급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타크리스 PR은 일본의 한 기업에서 공급하는 것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에 이 소재를 포함한다면 앞서 문제가 됐던 EUV용 PR과 고순도 불화수소보다 더욱 큰 타격이 될 것이란 게 반도체 공정에 정통한 업계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EUV용 PR 수급 차질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흔들렸다면, 타크리스 PR 제재는 핵심적 반도체 공정을 당장 멈추게 할 만큼 치명적”이라며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가 점쳐지는 만큼 타크리스 PR은 가장 시급하게 국산화가 이뤄져야 할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타크리스 PR, 주력 반도체 공정에 대부분 도입...대체재 마련 ‘시급’
◆이머전 공정에 쓰이는 감광제...반사방지막이 필요 없어 공정 단순화 장점

이머전(Immersionㆍ액침) 공정은 삼성전자가 7나노 반도체 생산에 일부 도입한 ‘차세대 기법’인 EUV 설비를 제외하곤 가장 초소형 회로를 찍어낼 수 있는 생산라인이다. 수율이 안정화되고 상용화를 완벽하게 마친 제작 방식 중 가장 최신 장비들이 사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반도체 대부분이 이 공정을 통해 양산된다.

타크리스 PR은 이머전 생산 라인 중 90% 이상에 투입되는 감광제다. 감광제는 웨이퍼 위에 도포돼 회로를 새기는 특수 고분자물질로, 반도체 제작공정(포토리소그래피ㆍphoto-lithography) 과정에 필수 소재다. 빛을 쫴주면 화학적 특성이 변해 원하는 대로 회로에 패턴이 새겨진다.

이 과정 이후엔 고순도 불화수소로 불필요한 부분을 식각(에칭)한다. 일본이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3종 중 2종이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인 셈이다.

반도체의 기술력의 척도는 ‘집적도’에서 나온다. 더 작은 공간에 더욱 복잡한 회로를 세기는 것이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도 10㎚(나노미터) 크기의 고성능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 가졌기 때문이다.

이머전 공정은 현재까지 대량의 초소형ㆍ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 평가받는다. 집적도는 짧은 파장의 빛(자외선 등)을 어떻게 더욱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이머전 습윤 반도체 제조 공정의 개념도. [SK하이닉스 공식 블로그 캡처]
이머전 반도체 습윤 제조 공정의 개념도. [SK하이닉스 공식 블로그 캡처]

이머전 공정은 ‘액체’를 이용해 빛의 굴절률을 조절하는 식으로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통상적으로 건조공정인 리소그래피와 달리 습윤 방식으로 반도체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PR위에 특수 액체를 투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PR에 방울(버블)이 생기거나 빛이 아닌 액체로 인해 화학적 특성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슈를 잡는 기술이 있어야 수율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타크리스 PR이 개발ㆍ양산되기 전까진 PR 위에 반사 방지막(ARCㆍanti-reflection coating) 한 겹 덮어 액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 코팅제를 ‘PR 가장 위(TOP)에 씌우는 반사 방지막(ARC)’이란 의미를 담아 통상적으로 타크(TARCㆍTop-ARC)라 불린다.

그러나 이제 이런 과정은 과거의 얘기가 됐다. 일본의 몇 소재기업이 타크를 코팅하지 않아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타크리스(TARC-less) PR을 개발하고 양산하면서 판도가 바뀐 것이다.

타크리스 PR을 사용하면 타크를 코팅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 공정 단순화는 물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감광제로 다가왔던 셈이다.

그렇게 일본 기업이 만든 타크리스 PR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반도체 공정에 대부분 투입돼 지금껏 사용돼왔다. 지금은 타크리스 PR에 공정을 전부 맞춘 상태라 ‘없어선 안 될’ 핵심 소재가 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제 타크 코팅은 KrF를 광원으로 쓰는 과거 공장에서만 일부 사용되고 있고, 대부분 타크가 필요 없는 감광제로 반도체를 생산한다”면서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전부 타크리스 PR을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광원의 종류에 따라 KrF(불화크립톤ㆍ248nm), ArF(불화아르곤ㆍ 193nm) 등으로 나뉘는데 미세할수록 미세화 공정에 적합하다. KrF는 가장 최신 기술인 EUV(13.5nm)와 비교하면 파장이 18배나 길다. 과거 반도체 회선폭이 0.13μm~90nm 수준이던 때 KrF를 주력 광원으로 상용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국산 타크리스 PR 도입 평가 합격점 받아도 즉각 도입은 어려워...수율이 정상적으로 나올지도 미지수

국산 타크리스 PR의 공정 도입 테스트는 과거에도 몇 차례 진행됐으나 일본 소재 기업의 품질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더욱이 업계에선 국산 타크리스 PR이 품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이미 일본 기업에서 생산하는 PR로 생산 라인을 짜놓은 상태라 즉각 도입은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다.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생산 공정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새로운 국산 소재를 공정에 도입한 이후에도 반도체 품질과 수율(합격품 비율)이 일본 소재를 사용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일 지도 미지수다. 이 과정에 투입되는 금액도 수백억원에서 상황에 따라 많게는 조 단위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대응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기 힘들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다양한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도 “일본이 추가로 수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면밀히 살펴보고는 있지만, 사안이 예민한 만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 대단히 어렵다”면서 “추가 수출 규제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기준으로 한국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리지스트는 91.9%로, 에칭가스는 4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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