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탈 일본' 전략... 반도체 핵심소재 국내 비중 확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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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탈 일본' 전략... 반도체 핵심소재 국내 비중 확대 본격화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7.12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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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리지스트보다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에 사활...소재 업체에 샘플 받아 평가 진행
국내 소재 제작 업체는 아직 일본에 기술력 못 미친다는 우려도
낮은 국산화율에 타격 입은 SK하이닉스...'탈(脫) 일본' 가속화?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핵심 소재에 대한 공급량 확대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해 시행한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1일 반도체 소재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포토 리지스트와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에 샘플을 받아 공급량 확대가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업체에 구매 주문을 넣어 소재 수급에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소재 공급량 증가 여부를 타진한 중소기업은 솔브레인, 램테크놀로지, ENF테크놀로지, SK머티리얼즈 등이 거론된다. 동진쎄미켐, 오션브릿지, 엘티씨 등도 SK하이닉스와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한 128단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와 개발중인 솔루션 제품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한 128단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와 개발중인 솔루션 제품들. [SK하이닉스 제공]

이번 평가는 이미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제조량을 늘릴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공급량 확대 평가는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테스트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를 주요 대상으로 삼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회로를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원료이고, 포토 리지스트는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제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 소재’로 불린다.

SK하이닉스는 현재 포토 리지스트보다 불화수소 확보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평가 절차엔 포토 리지스트 생산 업체도 포함됐지만, 불화수소 공급 확대 평가를 더 중점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일본 기업에 대부분 의존하던 소재들을 국내 업체로부터 납품받아야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낮은 국산화율’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타격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 포토 리지스트는 EUV용으로 한정해 수출 규제...SK하이닉스, 단기적 피해 면했지만 문제는 ‘불화수소’

일본 정부는 포토 리지스트 중 EUV(극자외선ㆍExtreme Ultra Violet)용에 국한해 규제를 가했다. 더 많이 사용되는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포토 레지스트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EUV 공정을 7나노 반도체 제조에 일부 도입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때문에 포토 리지스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면하게 됐다. EUV용 포토 리지스트는 일본 기업들에 전량 의존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일본 기업은 물론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소재를 사용하는 등 이미 소재 공급 다원화를 진행해왔다”면서 “다만,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 리지스트는 그 품질을 만족하는 곳이 일본 기업밖에 없어 국내 기업으로 대체하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일본의 EUV용 포토 리지스트 규제로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나 제재가 장기화 돼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 성장 동력 확보에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메모리에서도 10나노 이하로 공정이 들어가면 EUV로 패터닝을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당면한 문제는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불소 함유량이 전체 중량의 30% 이상인 불화수소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집어넣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평가에서 국내 불화수소 제조업체를 중점적으로 진행한 이유도, 단기적 타격을 피한 포토 리지스트 확보보다 불화수소 공급 활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불화수소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반도체 공정 전반에 폭넓게 쓰이는 필수소재다. D램, 낸드플래시를 가리지 않고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물론 디스플레이 공정 전반에 쓰인다.

700여 개의 반도체 공정에서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공정만 50개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고순도가 필수적이다.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첨가되면 곧장 에러가 발생한다.

SK하이닉스가 핵심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불화수소 순도는 99.999%에서 99.9999999999% 수준이다.

반면 국내 소재업체들이 원재료를 수입해 만드는 불화수소는 순도가 97%에 불과하다. 반도체 기판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식각 공정보다는 기판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에 투입된다.

불화수소의 순도가 낮으면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수율(합격품 비율)이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저하된다. 국내에서도 일본 기업이 공급하는 수준의 고순도 불화수소가 제작되긴 하지만 그 양이 현저히 적다.

반도체 소재업계 관계자는 “이번 SK하이닉스의 평가 핵심은 저순도 불화수소의 공급 확대가 아닌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공급량 확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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