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일본차 불매운동? "실익보단 상징적 의미... 생필품·의류 불매가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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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일본차 불매운동? "실익보단 상징적 의미... 생필품·의류 불매가 효과적"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7.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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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판매량 증가했다지만 규모 크지 않아... '일본산 일본차' 비중도 60% 불과
실제 일본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생필품·의류'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효과적
[그림=연합뉴스]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 일본차 불매운동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일본차 판매량,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복잡성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 효과로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그림=연합뉴스]

최근 대두된 우리 국민의 자발적 일본차 불매운동에 대해 실익보다는 상징적 효과로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차 불매운동은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 뒤 우리 국민 사이서서 꾸준히 등장한 자발적 대응 방안 중 하나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연) 관계자는 녹색경제와 통화에서 "우리 국민의 일본차 불매운동은 일본에게 일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장 경제적으로 실익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일본에게 보내는 상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판매되는 일본차의 규모도 많지 않다"며 "일본차 같은 고가 소비재보다는 생필품·의류 등의 소비재를 불매운동하는 게 경제적으로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시장(상용차 제외)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68.2%다. 국내 완성차 5개사 합산 점유율은 85.01%다. 

반면,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등 일본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19%에 불과하다. 일본차의 국내 수입차 내 점유율은 21.5%다. 국내 돌아다니는 수입차 5대 중 1대가 일본차인 셈이다. 

최근 경쟁업체 대비 일본업체가 우위에 있는 하이브리드차(렉서스 ES300h,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등)의 판매가 늘고 있어, 다른 업체 차량으로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일본차 불매운동이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다. 

하이브리드차종 등의 판매 호조로 렉서스와 혼다는 올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판매 증가율 33.4%, 94.39%를 기록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선 일본차 등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선 일본차 등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국내 수입 일본차 10대 중 4대가 미국서 생산... '일본산 일본차' 규모 그리 크지 않아

이뿐만 아니라, 국내서 판매되는 일본차 가운데 37.2%가 미국산이라는 점도 일본차 불매운동 확산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수입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판매된 혼다 차량 5700여대 가운데 HR-V 33대를 제외한 나머지 전량이 미국에서 생산됐다. 

닛산도 370Z 4대를 제외한 나머지 1900여대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인피니티 QX60, 토요타 시에나와 아발론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만들어져 도입되는 제품은 렉서스와 토요타 캠리, 라브4 등뿐이다. 올 상반기에 판매된 렉서스와 토요타 차량은 1만470여대로, 일본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느낄 만한 규모라고 보긴 어렵다. 

◆ 토요타 등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 손해 입을 수도... "생필품·의류 등 소비재 불매운동이 효과적일 것"

또한,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사 가운데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일본차를 불매하는 게 마냥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복잡함이 불매운동의 효과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실연 관계자가 "일본차 같은 고가 소비재보다는 생필품·의류 등의 소비재를 불매운동하는 게 경제적으로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일본업체의 생필품·의류 등에 대한 불매운동은 현재 온라인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아식스·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무인양품 등의 의류업체, 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의 편의점, 포카리스웨트·조지아·아사히·기린·삿포로 등의 음료·주류브랜드가 명시된 불매운동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총연합회와 한국마트협회 등은 지난 5일 무기한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일본 담배회사인 JTI, 소니코리아 등은 신제품 관련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 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상품·무역 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상품·무역 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림=연합뉴스]

한편, 우리 정부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3~2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의 이번 조치가 갖는 부당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WTO 의제 상정에 대해 "WTO는 만장일치제여서 합의된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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