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포화 맞고 있는 쿠팡, 왜 갑자기 유통계 '공적'으로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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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 맞고 있는 쿠팡, 왜 갑자기 유통계 '공적'으로 몰리나?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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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에 이어 위메프·LG생활건강까지 공정위에 쿠팡 신고
공정위, 3건 합쳐 빠른 조사 예정... 쿠팡, “불법 없었다” 해명
쿠팡이 한달 사이 배달의민족, 위메프에 이어 LG생활건강에 의해 공정위에 연이어 신고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

무섭게 성장하던 쿠팡(대표 김범석)이 의외의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위메프, LG생활건강 등 각자의 영역에서 업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 3곳이 모두 쿠팡을 대규모유통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

먼저 지난 5월 20일 배달의민족은 쿠팡이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해 영업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배민 측에 따르면, 쿠팡은 음식점에 배민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수수료를 대폭 할인해 주는 것은 물론, 매출 하락시 최대 수천만원에 이르는 현금 보상까지 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6일에는 위메프가 쿠팡을 4일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위메프는 최저가 차액 보상제를 내세워 쿠팡보다 비쌀 경우 차액의 2배를 보상한다는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 중인 상품 가운데 이유를 알 수 없는 품절처리와 판촉지원을 거절하는 사례가 발생해 원인을 조사해 보니 배경에 쿠팡의 부당경쟁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위메프는 “쿠팡 가격 대비 경쟁사 판매가격이 더 낮으면 쿠팡에서 임의로 해당 상품 판매가를 경쟁사 가격으로 낮추고 판매를 지속한 후, 이에 따른 손실은 상품 공급자가 부담하도록 전가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는 또 “쿠팡의 경쟁사 최저가 대응 방식 및 손실에 대한 납품업자 부담 정책에 대해 납품업자에게 자신의 판촉비를 부담시키는 부당함과 그에 따른 납품업체의 경쟁사 판촉 중단으로 인한 소비자의 최저가 쇼핑 기회 박탈, 위메프 등 경쟁사가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 박탈 등의 부당함이 있다면서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쿠팡에 대한 공정위 신고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배달의민족’과 ‘위메프’는 쿠팡의 신규사업(배달)과 주력사업(이커머스)의 경쟁자이기에 “발생할 수도 있는 이해 충돌”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쿠팡에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 중 가장 큰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LG생활건강이 신고자로 나섰다.

LG생활건강이 지난 5일 쿠팡을 신고한 사실은 17일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은 대규모유통업자인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경영정보 요구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수시로 위반했고, LG생활건강이 쿠팡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은 5월 초부터 생활용품 및 코카콜라 제품에 대해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LG생활건강의 공정위 신고는 쿠팡 입장에서 매우 아프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 경쟁자가 아닌 제품 공급업체의 반발은 다른 공급업체의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한국사회의 금기 중 하나인 ‘갑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쿠팡 측은 이번 공정위 신고 건에 대해 “아직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쿠팡은 불법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을 대상으로 한 3건의 신고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함께 조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계에서 일어난 매우 민감한 사건이기에 집중 조사가 예상된다.

현재 쿠팡은 공식적인 입장 외에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공정위 신고만으로 ‘유통계의 공적’으로 몰리는 분위기에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계에서도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쿠팡에 예상된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불법이 확인된 것도 아닌데 '갑질'로 몰고 가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유통계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쿠팡이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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