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계열사 임직원에 김치·와인 강매 '폭리'...검찰 고발·과징금 21억원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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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계열사 임직원에 김치·와인 강매 '폭리'...검찰 고발·과징금 21억원 부과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6.1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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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이 회장 개인회사가 만든 김치, 경쟁사 제품보다 3배 비싸

태광그룹이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에 와인·김치를 강제로 대량 구매하도록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과 자녀가 소유한 골프장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와 임직원들에게 고가로 판매한 것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키로 했다.

태광이 회사 비용으로 이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와 딸 이현나씨가 소유한 회사로부터 와인을 사들인 것도 함께 적발했다.

공정위는 17일 태광 계열사인 IT서비스업체 티시스가 이 회장 일가 소유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악화된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김치를 제조해 태광그룹 계열사 및 임직원들에게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또 태광그룹 계열사는 2014년 8월~2016년 9월 이 회장의 부인 신씨와 딸 이씨가 소유한 메르뱅이라는 회사로부터 임직원 선물 용도로 와인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2016년 9월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시점이다.

공정위는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동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23조 2항 규정에 따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공정위는 이 회장과 김기유 전 태광 경영기획관리실장 및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계열사 19곳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태광그룹 소유 휘슬링락CC는 최고급 골프장을 표방하며 2011년 문을 열었는데, 2013년 합병 전까지 지속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봤다.

태광그룹, 골프장 부실 메우려 김치 만들어 계열사와 임직원에 고가 판매 '폭리'

태광의 IT서비스업체인 티시스는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주력 계열사가 지분 77.88%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이 회장과 그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티시스는 당초 이 회장과 장남 이현준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였으나 공정위 등이 지배구조를 조사하자 2016년 12월부터 티시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갰다.

이후 투자회사는 다른 계열사와 합쳐지면서 태광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티알엔이 됐다. 그리고 사업회사는 주력 계열사 2곳의 자회사면서, 동시에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일종의 중간사업지주사가 됐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티시스가 이 회장 개인회사였던 시기의 일이었다.

지난 2014~2016년 당시 IT서비스 업체였던 티시스가 김치를 만들어 판매한 것은 2013년 인수한 골프장 휘슬링락CC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

태광그룹 소유지분도 개요(2019년 6월 기준)

휘슬링락CC는 원래 이 회장과 부인 신씨, 그리고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동림관광개발 소유였다.

티시스가 동림관광개발을 인수하면서 휘슬링락CC도 떠안게 된 것.

무려 3배 비싼 김치 95억원 어치 매입해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

휘슬링락CC는 2012년 167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티시스의 영업이익이 125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동림관광개발을 인수한 2013년 티시스는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 태광그룹은 티시스가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판매하도록 했다.

티시스는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의 한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김치산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생산된 김치를 10㎏당 19만원으로 계열사에 판매했다.

CJ나 대상의 김치가 10kg에 6만5000~7만6000원인 것에 비하면 많게는 3배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한 것이었다.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김기유 전 태광 경영기획실장이 계열사별 임직원 수에 맞춰 구매량을 할당해 매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테광그룹 계열사들은 티시스의 김치를 판촉비, 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사용해 매입한 뒤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은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별도로 적립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동원해 김치를 샀다.

2015년 7월부터 임직원 의사를 묻지 않고 김치를 일괄 배송해 떠넘기기도 했다.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개설한 뒤 1인당 19만점씩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회사가 대신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태광그룹이 계열사로 떠넘긴 김치는 512.6톤(t)으로, 95억5000만원어치에 달한다. 

태광그룹 소유 골프장 휘슬링락CC

부인·딸 소유 기업 '메르뱅'으로부터 와인 사들여...이익은 부인에게 이전 

태광은 또 이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메르뱅이라는 회사로부터 와인을 사들였다.

김 국장은 "태광 경영기획실은 2014년 7월 이른바 ‘그룹 시너지 제고’를 명목으로 메르뱅이 판매하는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고, 다음 달인 8월에는 임직원 명절 선물 용도로 매입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기획실 지시 직후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을 동원해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사용했다. 태광 계열사가 메르뱅으로부터 사들인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태광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 구매로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이다. 

김치 판매를 통해 최소 25억5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이익의 대부분은 이 회장 등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는 것.  

메르뱅이 거둔 이익은 7억5000만원이었다. 이익은 이 회장의 부인 신씨에게 현금배당이나 급여 등의 명목으로 이전됐다.

김 국장은 "당시 티시스와 메르맹 모두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회사"라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기업을 키운 뒤,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티시스의 경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태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티알엔은 지난해 4월 티시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회사다.

티알엔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51.83%)이며 아들인 이현준씨(39.36%) 등 가족 지분을 더하면 93.67%에 이른다.

남은 지분도 계열사(태광산업, 티시스)와 그룹 내 비영리법인(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전량 보유하고 있다.

태광은 2017~2018년 티시스와 메르뱅의 총수 일가 지분을 정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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