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위협하는 '페이 빅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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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위협하는 '페이 빅뱅 시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1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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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혁신으로 산업 구조 급변...모바일 결제가 기존 카드결제 방식 대체

NH농협카드는 2017년 1월에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 '올원페이'가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지난 16일 전했다. 출시 2년 반도 안 돼 올원페이의 월 평균 이용건수는 265만 건에 달한다. 농협카드는 2020년 말까지 현재의 두 배인 회원 수 4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통적인 카드사에서도 신기술인 간편결제가 모바일 금융 플랫폼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신한카드가 운영하는 신한페이판(PayFAN)은 이미 지난해 7월 회원 수 1천만 명을 넘겼다. 지난 달에는 삼성 페이와 손잡고 오프라인에도 진출하는 등 모바일 결제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페이 빅뱅 시대'다. 기존 카드업계가 시장 성장 둔화와 규제 정책으로 뒷걸음질하는 가운데 이커머스, 메신저 등 대형 IT 업체들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총 7개사로 총 11종의 계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 8곳에서 9종, 전자금융업자 26개사에서 28종 등 총 43개사에서 50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전체 가입자 1억 7천만 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간편결제 이용건수는 2016년 약 8억 5천만 건에서 지난해 약 23억 8천만 건으로 3년 만에 2.8배 가량 증가했고, 결제금액은 지난해 80조 1453억 원으로 3년 전보다 3배 정도 늘었다. 특히, 사업자별로는 이베이코리아(스마일페이)나 네이버(네이버페이) 같은 전자금융업자의 결제금액이 약 30조 9천억 원으로 카드사(27조 1천억 원)나 은행(1조 4천억 원)보다 높아 벌써 기존 금융권을 따돌렸다.

온라인시장에서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기존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더 빠르고 간편해 이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MST(마그네틱보안전송), NFC(근거리 무선통신), QR(Quick Response) 코드, 바코드 등 비접촉식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기존 카드사의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지급결제 방식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비현금 결제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결제 산업 자체가 성장하면서 기존 카드사 역시 카드 발급 확대와 비현금 결제 증가로 수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금융 기업들이 기존 금융 기업의 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기존 카드사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로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유통 혁신으로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PC가 아닌 모바일 쇼핑이 빠른 속도로 생활 깊숙히 자리 잡았다.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 같은 물류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면서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 매장들을 뒤엎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모바일 결제와 같은 새로운 지급결제 기술이 전통적인 카드결제 방식을 대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카드사 최고 경영진은 “요즘 누가 오프라인 대형 매장을 유망하게 보는가. 고령인구와 비혼족이 늘면서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젊은이들이 운전 면허조차 따지 않으려고 한다”며 유통 혁신의 대세는 모바일이고, 카드사는 모바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금융결제 부문의 혁신과 경쟁 촉진을 목표로 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모든 핀테크 기업에게 은행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열어주는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구축하는 등 핵심 과제도 공개했다. 금융당국까지 속도를 높이자 카드사들이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여신금융연구소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현금 결제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카드 결제를 포함한 비현금 결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네트워크와 디바이스 발전으로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결제 건수의 40%가 현금이었지만 2015년에는 3년 만에 비중이 32%까지 줄었고, 결제 금액 기준으로는 10% 미만까지 축소된 상황이다. 미국의 결제 방식 비중은 현금이 30%, 체크카드 27%, 신용카드 21% 등이다. 특히, 연령별로 25~44세의 경우 현금 비중이 20%대인 반면, 25세 미만과 44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현금 사용 비중이 30%가 넘는다.

최보원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결제산업의 장기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 글로벌 페이먼츠 등 메이저 결제 기업들이 비현금 결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현금 결제가 비현금 결제로 전환되고 있고, 비현금 결제 방식이 금융·비금융 기업들이 진출하며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금융 플랫폼 장악을 위한 '페이' 전쟁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T 기술 기반 대형사들은 이용자(유저)를 자사 플랫폼에 모으기 위해 결제, 송금, 자산관리, 투자 등 금융 관련 서비스 외에도 쿠폰이나 포인트 지급을 비롯해 게임, 음악,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올 1분기 누적 거래액 10조 원을 돌파해 지난해 전체 거래액 20조 원의 절반을 넘어선 카카오페이는 메신저 기능에서 분리된 단독 앱을 출시하고, 영수증 관리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내놨다. 토스는 내차 시세조회, 자동차 보험료 조회, 내차 팔기 등 중고차 특화 서비스를 출시했다. NHN페이코는 다음 달부터 일본에서 결제 서비스를 개시해 해외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간편결제 서비스업자들은 고객과의 접점 장악을 통해 지급결제시장에서 자사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카드사가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업체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새로운 전자금융업 도입으로 카드사의 고객 접점이 상실될 위험도 있다"며 "특히 소액 신용공여 기능이 가능해질 경우 카드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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