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금융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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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금융판이 바뀐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10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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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데이터 시대, 역사적인 첫 걸음 시작돼
금융당국, 금융회사·핀테크기업간 상생 사다리 역할에 분주
지난 5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개최한 '2019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착수보고회'에서 NHN페이코 이진수 이사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 빅데이터 시대의 개화가 금융권의 판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금융권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이자 '신(新)'자본이라고 불리는 '데이터'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이에 금융 데이터 규제 혁신의 성과들이 하나 둘씩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금융혁신 비즈니스 등장을 통해 금융판이 바뀔 전망이다.

▲금융 빅데이터 시대, 역사적인 첫 걸음 시작돼

과기정통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지난 5일 '2019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착수보고회'를 열고, 의료, 금융, 에너지, 유통, 학술 등 각 분야에서 선정된 8개 컨소시엄의 과제 발표를 진행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본인이 직접 내려 받거나 동의하에 제 3자에게 제공해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권'이 도입돼 개인데이터 활용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NHN페이코 주관하에 하나은행,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신한금융투자, 웰컴저축은행 등 6개사가 참여한 '본인정보 통합조회 및 생애주기별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과제가 선정됐다. 이 과제는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를 통해 대출, 투자, 보험 상품 등 생애주기별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유통 분야의 '개인데이터 저장소 기반 소상공인 마케팅 관리 서비스'는 한국신용데이터와 신한카드가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는 실증 사업으로 유통(소상공인) 정보와 금융(카드결제) 정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이번 실증서비스 구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금융 빅데이터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금융위가 주최하고 신용정보원 주관으로 지난 3일 진행된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도 '국내 금융 빅데이터 시대의 신호탄'이자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다. 이날 신용정보원은 국내 전체 신용활동 인구의 5%인 200만명의 개인신용정보를 개방해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마중물 역할을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크레디비(CreDB) 서비스는 신용정보원이 가지고 있는 차주, 연체, 대출, 카드개설 정보 등 다양한 개인신용정보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비식별조치를 수행해 제공하는 DB 서비스다. 올해 하반기에는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기업신용정보 DB와 보험신용정보 DB도 공개할 계획으로 빅데이터 초기 시장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24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 인슈어테크 세미나에 참석한 디레몬 명기준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금융당국, 금융회사·핀테크기업간 상생 사다리 역할에 분주

지난해 '핀테크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군불을 지피던 금융당국이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금융혁신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월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금융혁신지원특별법)가 시행되면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들이 선정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금융위·금감원 주최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민간 행사를 개최했다. 예상보다 많은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던 이번 행사는 금융당국이 개최한 첫 번째 핀테크 행사로서 흥행을 거뒀다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이번 행사 기간에 '핀테크 기업 투자 데이'를 열어 약 3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는 등 호평을 얻으며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지난 달 지방 금융사인 DGB금융이 'DGB 피움 랩'을 여는 등 금융지주들이 핀테크 랩을 운영하고 있다. 또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우리은행 등 4개 은행과 한화생명 등 보험사 1곳이 핀테크 랩을 설치해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핀테크 랩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상용화되기까지 사업성 검토, 법률상담, 자금조달 등 필요한 과정마다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 조직이다. 금융사는 이를 통해 핀테크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또 함께 협력해 핀테크산업 및 생태계를 활성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구축될 예정인 '오픈뱅킹 공동업무 시스템'도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벤트다. '오픈뱅킹'은 기존 은행별 폐쇄적 지급결제시스템이 제3자에게도 개방되는 것으로, 고객들은 핀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간편 앱 하나로 원 스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오픈뱅킹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고, 금융권 내 경쟁이 심화돼 고객 서비스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들과 상생을 위해 서로 협업하고, 직접 투자도 진행해 스케일업(Scale-Up)을 이뤄 핀테크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에 힘쓰고 있다. 또한 '금융 빅데이터 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이 국회 심의를 통과한다는 전제하에 '데이터 개방'을 통한 기업간 디지털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계획이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 참가한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 홍보 부스

▲"글로벌 금융 빅데이터 전쟁"...'금융회사 VS 빅테크 VS 핀테크' 승자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Big-Tech) 기업들은 이미 핀테크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기존 금융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 방대한 고객데이터, 유연한 시스템,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과정을 통해 금융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간편송금, 간편결제, 맞춤형 대출, 인슈어테크, 로보어드바이저, 프롭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편, 금감원이 지난 6일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급결제 분야 중심으로 거래규모 1조 원 이상의 메가딜이 다수 성사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소수의 핀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형 금융사 등의 직·간접적인 자금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는 시장가치가 1조 원 넘는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총 39개사로 약 162조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지난해 국내 최초의 간편송금 업체 토스(Toss)가 처음으로 핀테크 유니콘 기업에 올라 1조 3천억 원 정도의 시장가치를 평가 받았다고 전했다. 또 향후 정책펀드, 핀테크 지원 전용펀드 등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존 금융회사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되고, 금융시장 경쟁도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독자 생존 추구하는 핀테크 기업은 고객충성도가 높은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고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카카오(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네이버(네이버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 등 IT 기반 기업들이 종합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하며 기존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금융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이 경쟁과 혁신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어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간 경쟁관계도 주목된다.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핀테크 기업들의 '영역 굳히기'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슈어테크(보험),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상품 판매 채널에서 핀테크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금융산업 영역과 전혀 다른 이종 업종간 전략적인 제휴로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도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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