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월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명 변경에, 기존 한국테크놀로지 "사명 뺏는 것, 소송 제기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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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월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명 변경에, 기존 한국테크놀로지 "사명 뺏는 것, 소송 제기할 예정"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5.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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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 변경...기존 코스닥 상장 기업 한국테크놀로지 날벼락
한국테크놀로지 "상표권 침해 소송 제기할 예정" vs 한국타이어월드 "사업 분야 달라 법적 문제 없어"

중견기업 한국테크놀로지가 대기업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한국타이어 지주회사)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8일부터 새롭게 변경할 회사 이름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국테크놀로지와 거의 똑같기 때문.

업계 및 변리사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의 중견기업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라는 비판과 함께 "상표권 등록을 미리 하지 않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1일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사명 관련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시기 조율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해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두 회사의 사업 분야가 자동차로 묶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테크놀로지 사업 분야는 자동차 전자장비. 반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로 자동차 타이어가 주된 사업 분야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실무자들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어떻게 나올지 좀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지만 경영진과 주주들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며 "사명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게 경영진과 주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시기 조율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와 변리사들 사이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가 일찌감치 한국테크놀로지를 상표권 등록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 한국테크놀로지, "검색만 해도 나오는 코스닥 등록 회사 이름인데...사실상 이름 탈취"

한국테크놀로지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국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5억원.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매출은 약 8479억원이다.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매출은 6조7950억원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테크놀로지라는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사실상 대기업의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 

상대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였다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이런 결정을 했겠냐는 것.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더군다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사명 변경 과정에서 우리 쪽에 어떤 언질도 없었다"며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회사이고 인터넷 검색만 하면 바로 나오는 회사 이름을 어떻게 그리 쉽게 가져가 쓸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테크놀로지를 인수하려는 건가"라는 의문을 나타낸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사명 혼동에 따른 피해가 이미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곳에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어떤 관계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쪽에서 어떤 입장을 밝혀주길 바라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의 사업 분야. 자동차 전자장비 납품 업체이기 때문에, 타이어가 사업 분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할 시 고객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첫 번째 쟁점은 자동차 전자장비, 자동차 타이어가 과연 같은 업종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

◆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이미 상표권 등록 마쳐... 한국테크놀로지가 먼저 상표권 등록했어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등록됐을 것"

한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이번 사명 논란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등록했다 하더라도, 그쪽은 자동차 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우리는 자동차 타이어가 주된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라는 사명이 상표권으로 등록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한 상태다.

업계 및 변리사들 사이에서도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상표권이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허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변리사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솔직히 양비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관계자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표권 등록하는 과정에서 이미 법적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며 "무엇보다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혼동될 우려가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쟁점은 한국테크놀로지가 2012년부터 이 사명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상표권 등록을 일찌감치 하지 않았냐는 것.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비용 문제"를 상표권 등록을 미리 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관계자는 "만약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 등록을 했어도 사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라는 상표권은 등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고, 한국테크놀로지는 상표권 출원만 마친 상태다. 

반면,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지난 3월 공표하자 '한국테크놀로지'에 대한 상표권 출원을 마쳤다. 아직 등록되진 않았다.

한국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일찌감치 상표권 출원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3~4년 전 상표권 등록을 진행하려 했으나 비용 문제 등의 여러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명 변경이 사실상 사명을 뺏는 것이라고 간주해 바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1997년 설립된 비젼텔레콤이 2011년 이티엔아이와 합병하며 2012년 3월9일 변경한 이름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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