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도 1년 뒤에 받습니다"... 정부·현대차가 만든, 사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수소차 '넥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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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도 1년 뒤에 받습니다"... 정부·현대차가 만든, 사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수소차 '넥쏘'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4.0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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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 서울모터쇼 '넥쏘' 부스서 구매 의향 밝히지만... "지금 사도 내년에나 받습니다"
이미 올해 수소차 보조금 다 소진돼... 현대차, 넥쏘 증산해도 출고 대기기간 1년 넘을 것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가 사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차가 됐다.

지난달 29일 개막해 7일까지 열리는 2019 서울모터쇼. 

현대차는 넥쏘 부스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수소차 홍보(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넥쏘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게 있는데, 바로 넥쏘의 출고 대기기간. 

넥쏘의 장점을 꼼꼼히 듣던 관람객들은 "지금 구매하시면 내년에나 받으실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난감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현대차 영업 현장에선 더 적나라하다.

5일 현대차 대리점 판매사원은 "사실 내년에도 못받으실 수 있다"며 "그 정도로 넥쏘 인도 시점은 현재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2019 서울모터쇼 현대차 부스를 찾는 관람객들 모습. 현대차는 서울모터쇼에 쏘나타 부스, 넥쏘 부스, N 부쓰를 마련했다. 세 부스에는 늘 많은 관람객이 몰린다.

◆ 정부, "올해 수소차 4000대 보급한다" vs 현대차 "현재 넥쏘 예약 대수만 4000대 넘어"... 올 한해 보조금 이미 다 소진돼

이처럼 넥쏘 출고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판매사원들은 "정부 보조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올해 수소차 4000대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차 4000대만큼의 국비(총 900억원, 1대당 2250만원)를 준비한 셈. 

하지만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넥쏘 누적 예약대수는 6000대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국내서 넥쏘가 971대(작년 727대+올 1분기 244대) 팔렸으니, 적어도 5000대를 출고해야 하는 상황. 

이 가운데 국비를 받을 수 있는 차는 4000대뿐이다. 

따라서 1000대가량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출고가 내년으로 밀리는 것이다. 

넥쏘를 찾는 사람도, 내년에나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판매사원도 모두 난처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 한해 수소차 4000대를 보급하겠다고(4000대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밝혔다. 하지만 이미 넥쏘 누적 예약대수는 6000대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넥쏘가 1000대가량 팔렸으니, 이미 올 한해 보조금은 다 소진한 상황이다.

◆ 넥쏘 출고 대기기간 1년... "정부·현대차가 얼마나 교감 안했는지 보여주는 것"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에 따른 예산 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와 현대차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소차가 사실상 '넥쏘'뿐인 상황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현대차는 발을 정확히 맞출 필요가 있었다"면서 "현재 넥쏘 출고 대기기간이 1년을 넘어가는 건 정부와 현대차가 얼마나 교감하지 못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넥쏘를 1년간 3000대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정부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걸 지적한 셈이다. 

정부 또한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조가 필요한 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수소차 생산 능력에 대한 지적이 일자, 3월 현대차는 수소차 생산 설비를 올 10월까지 1만1000대 수준으로 확충하고 11월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9 서울모터쇼 넥쏘 부스에서 볼 수 있는 넥쏘의 친환경성을 설명하는 그림 . 현재 넥쏘 판매가격은 7000만원대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없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상황에서 생산량이 느는 만큼 수소차 실제 판매도 늘지는 미지수다. 

넥쏘 가격은 7000만원대다.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최대 1350만원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서 구매 가능하다.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5000만원에 육박한다. 

아무리 '궁극의 친환경차'라도 수소충전소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에겐 부담 가는 차일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지금 넥쏘를 사도 언제 탈지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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