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대형 산불의 발화지점에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변압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화재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 산불의 원인은 전신주에 달린 주상변압기 폭발인 것으로 최초 알려졌으나, 한전 측 관계자는 “해당 전신주에는 변압기가 없고, 개폐기만 있다”고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한전의 확인 결과, 해당 개폐기는 정상 작동 중이어서 개폐기 고장이 사고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현재 개폐기 부싱 측에 연결된 2만2900V 고압전선과 철사 등 이물질의 접촉으로 인한 아크 발생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통 전력선은 절연돼 있지만 개폐기 부싱측과 연결된 지점은 기계적 특성상 노출된 상태다. 따라서 이곳에 철사나 알루미늄 풍선 등 도체가 접촉하면 아크가 발생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만약 한전의 추측대로 이물질 접촉으로 인한 아크 발생이 사고 원인으로 결론나면, 한전에 사고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계 관계자들은 고압전선과 이물질의 접촉으로 인한 사고를 한전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압선, 특히 부싱 연결지점에서의 이물질 접촉에 의한 아크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기술적 난제라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전력선을 지중화 할 수 밖에 없지만, 비용과 시간 등의 현실적 이유로 곤란한 점이 많아, 이물질 접촉 사고의 경우 한전의 관리 소홀이 입증되지 않는 한 자연재해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력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한전은 경찰과 정부의 원인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있으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