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국산 게임에겐 ‘족쇄’, 외산 게임에겐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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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국산 게임에겐 ‘족쇄’, 외산 게임에겐 ‘있으나마나’
  •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4.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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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게임에게만 가혹한 잣대가 되고 외산 게임들에게는 전혀 효력이 없는 자율규제가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지난 25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화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이하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미준수 게임물 4차 리스트를 공표했다.

리스트에 따르면 2019년 2월 말까지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은 총 14종이다. 이 안에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X.D.글로벌의 소녀전선과 제5인격, 슈퍼셀의 클래시로얄 등이 포함됐다.

이번 미준수 게임 14종의 공통점은 바로 해외 개발사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국내 서비스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 말 그대로 자율적인 규제이기에 한국게임산업협회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개발사들에게만 자율규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외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법적인 제재는 없지만, 리스트에 자사의 게임이 노출되는 순간 각종 매체들과 유저들에게 나쁜 게임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확률을 공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자율규제의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자율규제 강령에 의하면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을 도입한 게임은 결과물에 대한 개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확률정보 표시 위치를 ‘게임 내 구매화면’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개발사 입장에서도 매번 늘어나는 확률표를 수정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유저 입장에서도 확률표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게임사들은 공식 카페를 통해 확률표를 공개했지만, 게임 내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율규제 미준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라가게 되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자율규제라는 것은 해외 개발사들의 이야기다. 국내 개발사들에겐 강제적 규제나 다름없다. 혹여 미준수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면 소위 말하는 나쁜 게임으로 손가락질 받기 일쑤”라며, “지금보다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서, ‘지켜야 하는 규제’가 아닌 ‘지키고 싶은 규제’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최명진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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