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473억·리볼빙 1235억 증가… 총량 규제가 만든 '풍선효과' 신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카드사들이 대출 총량 관리에 맞춰 카드론 공급을 조이자, 정작 다른 통로로 자금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론 자체는 석 달 연속 줄었지만,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과 결제대금을 미루는 리볼빙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68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42조7957억원) 대비 0.26% 줄어든 규모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5월 말 4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6월 42조9093억원, 7월 42조7957억원에 이어 8월까지 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런 감소세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있다. 당국은 올해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해왔고, 이 기조에 맞춰 카드사들도 카드론 공급을 스스로 조절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확대하면서 일부 카드사에 추가 한도가 배정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도가 조금 늘었다고 해서 카드사들이 곧바로 대출 문을 넓게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카드론이라는 한 통로를 좁히자, 다른 통로에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조6953억원으로, 전월(1조6480억원)보다 473억원 증가했다. 카드 결제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기는 '결제성 리볼빙' 잔액도 같은 기간 6조8759억원에서 6조9994억원으로 1235억원 늘며 7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 잔액은 7조251억원에서 6조9039억원으로 1212억원 줄어, 이 항목만 놓고 보면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이 세 지표를 함께 놓고 보면 뚜렷한 패턴이 읽힌다. 신규 카드론 공급 자체는 총량 규제로 억제되고 있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환대출로 갈아타거나, 당장의 결제 부담을 리볼빙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출 총량이라는 숫자상의 지표는 관리되고 있어도, 정작 차주들이 체감하는 상환 부담이나 자금 압박은 줄어들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리볼빙은 결제금액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구조라, 잔액이 늘어난다는 건 카드사들의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부채 부담이 누적되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통계는 총량 관리라는 정책 수단이 대출 잔액 그 자체는 억제할 수 있어도, 차주들의 실질적인 자금 수요나 상환 압박까지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카드론 문턱이 높아진 자리를, 대환대출과 리볼빙이라는 다른 형태의 여신이 채워가는 흐름이 앞으로 몇 달간 더 이어질지, 아니면 당국의 총량 목표 확대가 실제 여력으로 이어지며 상황이 달라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