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9일)를 사흘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최윤범 이사 일가의 투자 의혹을 놓고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이사 일가가 비상장기업에 개인 자금을 먼저 투자한 뒤 고려아연 출자 자금이 후속 투입됐고, 정작 투자금은 자신들이 먼저 회수했다는 이른바 '선투자·선회수' 의혹을 제기하며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사실왜곡"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먼저 영풍·MBK가 문제를 삼은 것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고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의 투자 과정이다.
영풍·MBK는 최 이사 일가가 아크미디어와 하이헷, 슬링샷스튜디오 등 비상장기업에 개인 자금으로 먼저 투자한 뒤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자금이 후속 투자됐다고 주장했다. 또 최 이사 일가가 보유했던 일부 전환사채가 상환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는 투자금을 먼저 회수한 반면,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 자금은 여전히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은 지난 1일에도 이들 엔터테인먼트 기업 3곳에 투입된 고려아연 출자 펀드 자금 690억원 가운데 650억원가량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결성한 펀드에 총 5600억원을 출자했다는 점을 들어, 투자 과정에서 이해상충 여부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별도 입장문에서 "펀드의 투자 여부는 운용사인 GP가 투자심의와 실사를 거쳐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은 출자자인 LP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최 이사 일가의 투자와 원아시아 펀드 투자가 연계됐다는 영풍·MBK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를 최 이사와 현 경영진의 배임이나 사익편취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허위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공방에는 금융당국이 이미 확인한 사안도 걸려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6월10일 고려아연과 영풍 등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확인해 감사인지정 등의 조치를 의결했고, 7월15일에는 과징금 부과도 확정했다. 고려아연은 이 조치가 투자자산 평가와 손상 인식 시점 등 회계처리에 관한 문제일 뿐, 최 이사의 배임이나 사익편취가 확인된 사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증선위의 공식 조치 또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것으로, 최 이사 일가의 사익편취나 배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감사위원회의 대응 여부를 놓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렸다. 영풍·MBK는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이그니오홀딩스, 청호컴넷 관련 사안을 여러 차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감사위원회가 사실상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감사위원회가 관련 사안을 놓고 수차례 회의를 열어 자료를 검토했고, 증선위 조치 이후에는 외부 법률기관을 통해 별도 점검까지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오는 9일 임시주총에서 선임될 감사위원을 놓고도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의안분석 보고서를 낸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한국ESG기준원(KCGS)은 영풍·MBK가 추천한 박유경 후보를 지지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다수 자문사는 백 후보의 회계·감사·내부통제 전문성을 근거로 들었고, 한국ESG기준원은 회사 자금 사용과 경영진 이해상충을 독립적으로 감시할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박 후보를 지지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자문사 권고 결과를 들어 영풍·MBK가 임시주총을 앞두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영풍·MBK는 형사고소를 거론하는 고려아연의 대응이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오히려 영풍의 회계처리 문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가 공개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영풍의 환경정화 충당부채 관련 회계처리 지적 4건 가운데 3건의 위반 동기를 '고의'로 판단했고, 증선위도 이를 유지했다. 영풍은 당시 현장 조직이 환경당국의 정화명령 사실을 본사 재경조직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소명했다.
오는 9일 임시주총에서는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두고 백인규 후보와 박유경 후보가 맞붙는다. 이 안건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이충진 기자 ho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