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익 166억…매출보다 가파른 수익성 개선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와 1310억원 규모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100% 자회사인 원료의약품(API) 위탁생산개발기업(CDMO) 유한화학이 API 생산·개발을 맡는 구조로, CDMO 성장이 유한양행의 연결 수익 개선에 기여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87억원의 6.0%에 달하는 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1일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1일부터 2028년 5월 31일까지다. API 공급은 API를 생산·개발하는 유한화학이 맡게 된다. 1980년 유한화학공업으로 출발한 유한화학은 API CDMO를 담당하는 축으로 성장해 왔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고객사와의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유한화학이 생산·품질관리를 맡는 구조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수 의약품 제조 기준(cGMP) 실사를 통과하며 규제 리스크를 극복하기도 했다. 수십 단계 공정으로 수율 관리가 까다로운 신약 API 특성상 글로벌 제약사는 신중하게 공급망을 선택하고, 한 번 맺은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5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브릿지바이오파마가 유한화학과 각각 2102억원, 559억원 규모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유한화학은 안산, 화성에 약 99만리터 규모 API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수주 물량에 대응해 왔다. 생산능력은 2025년 3월 기준 안산공장 46만2700리터, 화성공장 53만2650리터 등 총 99만5350리터에 달한다. 29만2000리터 생산능력을 보유한 화성공장 HC동은 지난 3월 1일 착공해 2027년 6월 30일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상업생산은 2028년 상반기가 목표다.
공장 증설에는 글로벌 고객사 수요 확대에 따른 유한화학의 생산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API 생산 실적은 3239억원으로, 3년 전인 2023년 1647억원 대비 약 2배 가까이 뛰었다. 유한양행의 종속·관계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지난해 상반기 11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5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순이익 증가세를 기록하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유한화학 올 상반기 매출은 1742억8814만원으로 전년 동기 1492억4428만원보다 1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7억7445만원에서 166억3803만원으로 114.0% 급증했다. 외형 확대와 더불어 이익 증가폭이 커지면서 고부가 API 생산 확대와 생산 효율 개선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API 공급계약이 이어지면서 유한화학의 사업 기반도 확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한양행 역시 렉라자 이후 성장동력이 될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YH35324), HER2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YH42946)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이어가며 제2·제3의 렉라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662억3200만원, 영업이익은 756억8400만원, 당기순이익은 914억1200만원을 기록했다. 연결 대상 종속회사의 안정적인 경영 성과와 실적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증권업계는 유한양행의 CDMO 사업이 향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리서치 아리스는 미국의 탈중국 기조가 심화하면서 cGMP 등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으로 위탁 생산을 이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한화학이 전체 API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저분자 분야에 강점을 갖춘 만큼 가시적인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채원 아리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존 99만5000리터 기준으로 지난해 기준 3239억원의 실적을 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신공장 가동에 따른 API 생산실적은 기존 대비 29% 증가한 419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적 성장을 견인할 기초체력은 이미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수준의 API 생산능력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달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