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OK '지속 회복' vs 한국투자·웰컴·애큐온 '손실 털고 급반등'
총자산 3년 새 7.7조 축소…부실비율은 위기 전 수준 크게 웃돌아
웰컴 "지난해 말 충당금 900억 적립"…OK "유가증권 수익 영향 커"
SBI, 1분기 순익 24% 줄어 유일한 감익…한국투자 부실비율 4년 연속 상승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2년 연속 이어진 1분기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업계를 이끄는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의 속사정은 '회복'이라는 한 단어로 묶기 어렵다. 위기 내내 연간 흑자를 지킨 곳은 SBI·OK 두 곳뿐이고, 한국투자·웰컴·애큐온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털어낸 뒤 올해 1분기 반등한 경우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이 취재한 결과,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1분기(1~3월 누적) 당기순이익은2022년 1분기 4561억원 흑자에서 2023년 1분기 52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4년 1분기에는 적자가 1548억원으로 깊어졌다. 이후 지난해 1분기 443억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3384억원으로 회복 폭을 크게 키웠다. 2022년 3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에 공시된 각사 핵심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연간 기준으로도 업권은 2024년 4241억원 적자에서 2025년 3858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 회복을 이끈 것은 자산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다. 5개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합계는 2425억원으로 전년 동기(618억원)의 3.9배였고, 업권 전체 이익의 72%가 이들에게서 나왔다.
다만 이 '3.9배'라는 숫자의 속을 열어보면, 회사별로 회복의 경로와 질이 다르다.
5개사 총자산 합계는 2023년 3월 말 51조7,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4조원으로 3년 새 15% 줄었다. SBI가 15조8305억원에서 12조7950억원으로 19.1%(3조원 이상) 줄여 감축 폭이 가장 컸고, 애큐온(-14.8%), OK(-13.2%), 웰컴(-13.0%), 한국투자(-11.2%)도 두 자릿수 안팎으로 축소했다. 같은 기간 업권 전체 축소 폭(-11.7%)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 순위도 바뀌었다. 2024~2025년 3월 말에는 OK가 자산 1위였지만, OK가 최근 1년 새 자산을 10% 줄이면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SBI(12조7950억원)가 OK(12조3003억원)를 다시 앞섰다. 두 회사 모두 자산을 줄이는 가운데 나타난 순위 변동이다. 업권 전체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124조8000억원까지 늘었다가 4분기에만 6조9000억원 급감해 12월 말 117조9000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올해 3월 말 119조3000억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OK·한국투자·애큐온은 올해 1분기에 자산을 다시 늘렸다.
축소된 몸집 위에서 나타난 이익 회복의 결은 회사별로 크게 다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한국투자가 9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OK 820억원, 웰컴 452억원, SBI 154억원, 애큐온 20억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한국투자는 7.8배, OK는 7.2배, 웰컴은 3.5배다.
그러나 한국투자와 웰컴의 급증에는 기저효과 성격이 짙다. 두 회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각각 16억원, 6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각각 264억원, 523억원의 누적 흑자를 냈지만, 4분기 한 분기에만 248억원, 460억원의 손실을 내며 연간 이익이 사실상 소멸한 결과다. 2024년 연간으로는 각각 401억원, 374억원의 흑자를 냈던 곳들이다. 애큐온도 2024년 370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분기 179억원의 손실을 내며 연간 5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가 올해 1분기 20억원 흑자로 간신히 복귀했다.
즉 세 회사는 업권 전체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2024년에는 흑자를 지켰다가, 업권이 회복세로 돌아선 지난해에 오히려 이익이 무너지는 '역주행'을 겪은 뒤 올해 1분기 급반등했다. 손실이 집중된 지난해 4분기에는 업권 전체도 341억원 적자를 냈다.
이와 관련해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충당금을 900억원가량 대규모로 적립했다"며 "지난해 실적 부진은 충당금 대거 적립이 원인이었고, 올해 실적 반등은 그 기저효과에 더해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1위인 한국투자의 경우 2년 전 연간 이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한 분기에 벌어들인 셈이어서, 급반등의 지속 가능성은 향후 분기 실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반면 SBI와 OK는 위기 기간 내내 연간 흑자를 유지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OK는 연간 순이익이 2024년 392억원에서 지난해 1688억원으로 4.3배 늘며 5개사 중 이익 1위에 올라섰고, 특히 지난해 3분기 487억원, 4분기 870억원으로 분기가 갈수록 이익을 키웠다. 올해 1분기 820억원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익 개선은 다른 요인보다 유가증권 수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SBI도 연간 808억원에서 1131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SBI의 올해 1분기 순이익(154억원)은 전년 동기(201억원)보다 24% 줄어 5개사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2·3분기 각 360억원 안팎, 4분기 207억원을 벌던 것과 비교해도 둔화가 뚜렷하다.
건전성 지표는 회복이 더 더디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확실한 '고정' 이하 등급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올해 3월 말 업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62%로 1년 전(10.59%)보다 1.97%포인트 개선됐지만, 위기 이전인 2023년 3월 말(5.12%)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특히 한국투자는 2023년 3월 말 3.45%에서 7.55%(2024년 3월), 9.97%(2025년 3월)를 거쳐 올해 3월 말 12.62%까지 4년 연속 한 차례도 꺾이지 않고 올랐다. 같은 기간 1분기 순이익이 7배 넘게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웰컴도 6.83%에서 13.72%로 올라 5개사 중 가장 높았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SBI는 3.78%에서 6.41%로, 위기 이전의 약 1.7배 수준이다. 다만 자산을 큰 폭으로 줄인 회사의 경우 여신 축소에 따른 분모 효과가 비율 상승에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사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에 대해 "여신 축소에 따른 모수 효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본적정성은 전반적으로 두꺼워졌다. SBI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3년 3월 말 13.39%에서 올해 3월 말 19.75%로 매년 상승해 5개사 중 가장 높았고, OK도 12.06%에서 16.80%로 올랐다. 반면 애큐온은 12.25%로 5개사 중 가장 낮았고 1년 전(12.60%)보다 소폭 하락해 유일하게 뒷걸음질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