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는 약사법상 처벌 대상…단순 운송한 택배업체까지 같은 책임 지는 것은 아냐
중고거래 플랫폼은 금지물품 차단·키워드 모니터링…물류업계도 취급금지 품목으로 관리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전문의약품을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한 뒤 택배로 구매자에게 보내는 사례가 적발되면서 택배업체의 법적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과 개인 간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불법 의약품이 택배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현행법상 불법 판매의 주체와 이를 단순 운송한 사업자의 책임은 구분된다. 택배업체가 물건의 불법성을 알았는지, 범죄를 돕기 위해 운송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을 불법 판매한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문의약품 100여 종, 2293개를 빼돌려 구매자 156명에게 판매했다. 판매액은 약 1억6000만원 상당으로, 택배와 직거래가 함께 이용됐다. A씨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행 약사법상 약국 개설자 등이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전문의약품 역시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없다. 약사법 위반 시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불법 의약품을 배송한 택배업체도 처벌받을까. 단순히 운송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매자와 같은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택배업체가 해당 물품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는지, 나아가 불법 거래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형법상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경우에는 종범으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택배업체들은 취급금지·제한 품목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우체국 소포와 주요 민간 택배사들은 위험물이나 법령상 금지된 물품 등의 접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운송약관을 통해 취급제한 물품과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택배업체가 모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방식은 아니다. 판매자가 의약품을 다른 물품으로 허위 기재하면 접수 단계에서 불법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택배업체의 책임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중고거래 플랫폼도 별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근은 의약품을 개인 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금지품목 관련 키워드 모니터링과 신고, 게시물 제한 등의 조치를 운영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온라인 불법 의약품 거래 자체가 문제가 된다. 약사법은 의약품 불법 판매뿐 아니라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자뿐 아니라 불법 거래를 적극적으로 매개하거나 방조한 주체의 역할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현행법의 기준은 ‘불법 물품이 택배를 이용했느냐’보다 ‘택배업체가 불법성을 알고 범죄에 관여했느냐’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모든 운송물에 대한 사전 검사를 의무화하기보다 금지품목 관리와 이상 거래 신고·차단 등 현실적인 예방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택배사는 기본적으로 운송을 담당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판매자의 불법 행위를 일률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법령상 취급이 제한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접수 단계에서 안내하고, 의심 사례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