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남부・가뭄 지역에서 유용한 물 공급 해법될듯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습기를 포착해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 세계적인 폭염 기후 추세 속에서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현실이 된 가운데, 최근 대기로부터 물을 추출해내는 기술이 소개돼 물 부족 사태에 처한 지구촌 일부 지역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류 대학 연구소에서 유럽의 기후산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환경관련 기술 분야에서는 대기 중에서 물을 추출해내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난 10년 넘게 진행돼왔다.
그런 가운데 영국 국적의 발명가 겸 사업가 하솀 아루지(Hashem Arouzi) 씨가 창업한 테크 스타트업 ‚아흐브스트라(Ahbrstra)‘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며 화재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품 론칭 행사에서 아루지 창업자는 ‚아크(ARK)‘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대기 물 추출 기계가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도 하루 종일 작동할 경우 최대 500리터에 이르는 청정수를 추출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공기에서 물을 창출한다? — 언뜻 믿기 어려운 만큼 이 비장의 기술은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획기적 분자 화학 원리를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
‚아크' 물 추출 기계는 금속-유기 프레임워크(MOF, metal-organic framework) 기술을 이용, 건조한 대기 중에 포함된 습기를 흡입・여과함으로써 식수로 적합한 수준의 깨끗한 물을 수집해낸다. 커다란 상자 속에 내장된 MOF 소재에는 1그램당 축구장 면적과 맞먹는 면적의 거대한 구조에 덮힌 무수한 초미세 구멍이 덮여 있어 공기 중 습기를 걸러내는 필터 기능을 한다.
분자가 자유자재로 드나들수 있는 MOF는 본래 물 속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물이나 공기 속에 용해돼있는 이산화탄소(CO2)를 추출해는데 널리 사용돼온 정수 소재다. 기존의 대기 중 수증발전기(AWG)는 전력을 투입해 이슬점(대기 중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는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물을 냉각・응결시킨 뒤 물을 추출하는 제습기 원리를 활용했다. 대기 습도가 낮으면 물이 응결되는 저점도 낮아져 그만큼 냉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한계였다.
반면, 아크의 특허 MOF 기술은 공기 냉각 공정을 생략하고, 습기 냉각기 대신 흡수제를 사용한다.
업체가 자체 개발한 부유 입자 반응기(Suspended Particle Reactor) 특허 기술은 MOF 필터 입자 사이로 공기를 액체 상태로 순환・배출시켜 성능을 개선시켰다.
이 방법은 에너지 소모가 큰 냉각 작용 공정 없이도 MOF를 스폰지처럼 공기 또는 액체의 물 분자를 직접 포착한다. 수집된 물 분자는 소량의 열을 가하면 식수 및 용수도로 사용가능한 액상 물로 전환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우수하다.
아흐브스트라의 아크는 MOF이 대기 중 물 추출에 사용되기 전부터 대기 중 탄소 포집을 가능케하는 마술의 소재로 여겨져왔지만 탄소 포집에 응용될 경우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단점을 해결했다.
남은 과제는 일반 대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중 상용화다.
이 기계는 화물 컨테이너와 비슷한 크기인 데다, 가격도 대당 17만 5000유로(우리 돈 약 3억 원)에 달하는 고가뎌서 당장 폭넓은 보급은 어렵다. 이 점에 착안해 아흐브스트라와 아토코(Atoco,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오마르 야기 교수가 창업한 물 포집 스타트업) 두 스타트업은 현재의 아크 모델 보다 크기가 작고 저렴한 대중 보급형 물 추출기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반 소비자용・산업용 물 부족 솔루션으로써 전망 밝아
유럽연합(EU) 산하 지구 기후 관찰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옛 GMES, Global Monitoring for Environment and Security)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해양 표면 기온이 과거 대비 사상 최고를 기록했을 정도로 지구 평균 기온 이무섭게 상승하며 지구 온난화를 재입증하고 있다.
그동안 지하수원에 의존하며 상수도망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물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해수담수화 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대기로부터 직접 식수를 추출해내는 물 추출기 개발이 또하나의 대안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충남 서산 석유화학 단지와 강원도, 전남 등 가뭄 우려 지역에서 물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솔루션을 도입했다.
매년 악화되는 기온 상승과 폭염, 대지의 사막화로 신선한 물이 태부족한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al Agency)에 따르면, 유럽 대륙 남부 거주 가능 지역의 30%는 이미 여름철 폭염과 그에 따른 가뭄으로 만성적 물 부족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예컨대, 북유럽 관광객과 해외 부동산 소유주들이 즐겨 찾는 스페인 남부 휴양섬 이비자(Ibiza)는 물 수요가 높지만 해가 갈수록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을 겪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섬은 매 가구가 중앙 상하수도 체계에 연결돼있지 않은채 자가 지하수 공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물 부족 사태에 취약하다.
아루지 창업자에 따르면, 빠르면 내년부터 이비자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 섬 지역에서 상수도 망 연결이 돼있지 않는 개인 저택과 호텔을 대상으로 식수 및 생활용수 공급 지원을 위해 아흐브스트라 아크 물 추출기가 보급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