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단 작고, 기간도 짧아 대표성, 적절성 지속적 의구심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거대 전자 메이커들에 맞서 '밥솥명가'를 구축하고, 종합가전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있는 쿠쿠(쿠쿠전자, 모회사 쿠쿠홀딩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관련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데이터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1위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쿠쿠는 1998년 자체 브랜드 전기밥솥을 출시한 이후 밥솥 시장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회사입니다. 1978년 설립된 성광전자가 전신이군요. 설립자 구자신 회장은 혈혈단신으로 회사를 창업한 이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준하는 가전 메이커를 만들었습니다.
2017년 쿠쿠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사 구조로 재편, 쿠쿠홀딩스(코스피) 휘하에 쿠쿠홈시스, 쿠쿠전자 등 20여 개 계열사 및 관계사를 구축한 그룹사로 성장했습니다. 홀딩스 매출만 지난해 기준 약 1조원에 가깝습니다. 현재는 구 회장의 장남 구본학 대표가 경영 일선에 있습니다.
많은 주부들이 인정하듯 쿠쿠의 기술력은 이미 대기업 수준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쿠쿠~' 짧은 광고음 역시 쿠쿠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는 자본으로 소비자들의 귀에 박혀 있고요. 구 회장 부자의 헌신과 임직원들이 쌓아올린 노력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쿠쿠의 마케팅 방식으로 두고는 관련 업계에서 꾸준하게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성숙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공격적이라는 게 요지입니다. 근거가 미약하거나 크게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1위"라는 마케팅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다양한 제품군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잇따라 당하면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SK매직, 코웨이와의 특허분쟁 사례도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이고요, 최근에는 음식물처리기 디자인 관련한 유사성에서도 불리한 판결을 받았습니다.
1위 집착 마케팅 얘기를 해 보죠. 쿠쿠는 최근 SNS 광고 등을 통해 자사의 신제품 음식물처리기를 소개하면서 '2L 판매량 1위'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모았습니다. 문제는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의 레인지가 너무 짧고, 제한된 수치를 기반으로 해 소비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지점입니다. 준 대기업의 덩치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죠.
쿠쿠가 제시한 데이터는 지난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진행된 N쇼핑 행사 1일차와 2일차 판매수량과 판매금액을 준거로 한 것입니다. 2주 넘게 진행된 판매 행사에서 딱 1일차, 2일차 이틀 분의 데이터만 뽑아서 광고에 '2L 판매량 1위' 문구를 써놓은 거죠. 더구나 해당 광고에서 전면에 세운 제품은 2L 제품도 아닌 3L 제품이었습니다.
더불어 일부 유튜버의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분쇄력 1위' 문구를 사용한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해당 광고에서 쿠쿠는 '인기 유튜버 PICK 음식물처리기 분쇄력 1등!'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인되지 않은 유튜버의 자의적 데이터를 뽑아 광고 문구로 사용해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음식물처리기 7종의 제품을 '직접 써봤다'는 식으로 비교하면서 분쇄력, 엉킴, 처리 속도, 용량, 소음, 수축률, 소비전력, 편의성, 가성비를 순위 별로 도열했습니다. 쿠쿠는 이 가운데 분쇄력을 포함 엉킴, 수축률, 편의성 등에서 가점을 받았는데요, 용량이나 가성비, 크기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분쇄력 1위'를 내세운 이유는 시장 점유율 1위로 평가받는 경쟁 제품이 2위에 랭크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당 제품은 6개 항목에서 1위를 받았는데도 말이죠.
물론 이런 수치를 광고에 갖다 쓰는 게 실정법에 위배되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공인되지 않은 개인 유튜버의 비교 실험을 준거로 유리한 항목만 발췌해 쓰는 게 적확한 마케팅일까하는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1위야'라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남기고 싶은 의도겠죠. 쿠쿠는 해당 SNS 마케팅 외에 음식물처리기 관련 연간 판매량, 시장점유율 등의 데이터를 공개한 바는 없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플랫폼이나 행사에서의 판매 순위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긴 하지만, 특정 판매 채널의 아주 짧은 기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량 1위'라는 표현을 하면 소비자가 시장 전체 판매량 1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도 마케팅이라는 이야기죠.
쿠쿠의 1위 마케팅은 정수기 영역에서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얼음정수기 광고 상에서 '판매 1위'를 내세웠다가 이 역시 관련 업계의 눈총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가격비교 플랫폼 D사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지만, 이는 해당 사이트 내의 판매량일뿐 전체 시장 지형을 반영한 수치는 아니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죠. 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의 판매총량은 얼음정수기 전체 판매량의 약 1%에 불과하다는 전언입니다. 미미한 모집단을 준거로 무리한 1위 마케팅을 했다는 이야깁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에서 ‘1위’나 ‘최고’ 등의 비교 우위를 표현할 경우, 명확한 조사 대상과 기간, 판매 채널 등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4조 역시 비교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비교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NIQ(닐슨아이큐)나 Euromonitor 시장조사 전문기관의 데이터를 인용해 광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1조 매출 준 대기업 메이커의 이런 마케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영갑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