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게는 귀찮은 모기, 지구 생태계 전체에는 필요해 — 논쟁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구글이 정보기술(IT) 기업을 넘어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1위 검색엔진 ‚구글 서치(Google Search, 모회사: 알파벳(Alphabet Inc.)‘를 제공하는 구글(Google LLC)은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기준 수요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중성화시킨 모기 3200만 마리를 방사하는 ‚디버그(Debu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미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SEPA)에 승인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디버그’ 프로젝트의 핵심은 쏘였을 경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일부 모기종을 퇴치하는 것이다. 수컷 모기의 유전자 일부를 조작해 방사시키고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함으로써 암컷이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응용한다.
중성화된 수컷 모기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월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돼 있다. 수컷 모기는 교미 과정에서 월바키아 박테리아를 암컷 모기에게 옮겨 번식을 방해한다. 암컷 모기는 주입받은 수컷의 정자를 정낭에 보관해 두었다가 수정에 사용하는데, 월바키아에 감염된 정자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방해해 암컷 모기가 평생 알 부화시키지 못한 채 죽게 만든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정 실패로 모기 개체 수가 감소하게 하는 원리다.
구글의 ‚디버그’ 모기 퇴치 프로그램의 출발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 X 산하 생명과학연구 계열사로 출발한 베릴리(Verily Life Sciences LLC)의 주도로 구글은 2017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첫 방사 시험을 실시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월바키아 박테리아를 주입한 모기로 2차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성화된 수컷 모기를 방사한 지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후 모기 부화 억제율은 80~90%에 달했고, 모기를 통한 뎅기열 감염 사망률도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구글이 ‚착한’ 모기를 방사해 퇴치하고자 하는 모기종은 아에데스 아에깁티(Aedes aegypti)다. 아에데스 아에깁티는 아프리카, 특히 인도양 연안 지역이나 이집트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외래종인 만큼, 이 모기를 퇴치하더라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두 주의 천연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스미소니언 매거진(Smithsonian Magazine)’이 네이선 버켓-카데나 플리다 국제대학 생태학 교수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미국 질별관리예방청(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 동물 1위로 모기를 지명했을 정도로, 오는날 모기는 인간 생명을 가장 많이 해치는 동물이 됐다.
위생 시설이 우수하고 해충 방제가 잘 이뤄지는 선진국에서는 모기로 인해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만,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는 여전히 병균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입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을 만큼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60만 명 가까이가 사망했고, 인체에 치명적 손상으로 주는 뎅기열과 일본뇌염도 퇴치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평균 약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내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NV)는 큘렉스(Culex) 종 암컷 모기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를 무는 과정에서 병균을 옮은 뒤, 사람이나 말 같은 큰 동물을 물었을 때 전파된다.
오늘날 생명과학계에서는 WNV가 특정 지역이나 기후에 구애받지 않고 바퀴벌레나 쥐처럼 바이러스의 최종 숙주인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서식하며 병원체를 옮기는 가주성 위생 해충이기 때문에 인간이 방역을 책임져야 하는 유해동물로 구분한다.
지금까지 과학계와 의료보건계는 모기 매개 감염병 퇴치를 위해 병원균(바이러스)을 제거하는 약품이나 살충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이 오히려 바이러스의 내성을 강화시키는 역효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감염 매개체인 모기의 번식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생명과학적 접근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날 생명과학 기술은 이미 새 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말라리아나 지카 바이러스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자연 생태계 속 생명체를 인간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퇴치・절멸시키는 것은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천적 없이 무한한 인구 증가를 지속하고 있는 호모사피엔스의 지구 생태계 독주는 과연 정당한가.
실제로 모기는 인간에게 성가시고 병을 옮기는 귀찮은 해충이지만, 동물계에서는 조류, 어류, 양서류의 중요한 식량원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모기는 벌 다음가는 꽃가루 매개충 역할도 하는 등 지구 생태계 전체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구글의 캘리포니아・플로리다 주 대상 디버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시 시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공개된 미 연방 정부 관보 공시에 따르면 해당 승인 신청서는 미 환경보호청이 검토 중이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