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산 신디케이트론 비중 27%...3년 초과 장기조달은 5.2%에 그쳐
평균 만기 67개월→78개월 확대...외화CD 조달 비중도 35%로 상승
현지 규제·시장 관행 반영 필요 커졌지만...심사역은 1명에 불과
전산시스템 통제도 미비...업계 "현지 리스크 자체 점검 체계 강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KB국민은행이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공략을 위해 전략 거점으로 키워온 영국 런던지점이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금융당국 검사 결과 유동성 관리와 현지 여신심사, 전산시스템 통제 등 핵심 업무에서 잇따라 보완 필요성이 확인됐다. 해외 지점의 자산 규모와 업무 영역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현지 리스크 점검·통제 시스템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은행 런던지점은 1991년 장기신용은행 런던 현지법인으로 출발해 2018년 5월 지점으로 전환됐다. 지점 전환은 EMEA 지역 자본시장·투자금융(IB)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다. 현지법인보다 본점 신용등급과 자본한도를 활용하기 용이한 지점 형태가 자본시장·IB 비즈니스 확대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점 전환 이후 런던지점의 역할과 규모도 확대됐다. 런던지점은 2018년 자본시장 데스크, 2019년 IB 데스크를 설립하며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IB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 이후 총자산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70%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런던지점 총자산은 43억4700만달러로 이 가운데 기업대출과 신디케이트론은 66.9%(29억800만달러)를 차지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차관단을 구성해 같은 차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 확대에 비해 리스크 관리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일 국민은행에 런던지점과 관련해 경영유의사항 3건과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경영유의사항은 금융회사의 경영이나 내부통제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감독당국이 지적하는 조치이며, 개선사항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바로잡도록 요구하는 성격의 조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장 먼저 취약점이 드러난 부분은 자금 조달과 운용의 만기 불일치다. 금감원에 따르면 런던지점은 소매금융(리테일) 부문의 예금 기반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산 중 장기자산인 신디케이트론 비중이 27%에 달한 반면, 3년 초과 장기조달은 전체 조달의 5.2%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중장기 운용과 관련해 상당한 롤오버(자금 재조달)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 불일치 흐름은 장기자산의 만기 확대와 단기성 조달 의존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런던지점 신디케이트론의 평균 만기는 2024년 9월 말 67개월에서 지난해 9월 말 78개월로 확대됐다. 그러나 조달 수단 중 금리 변동성이 높은 외화양도성예금증서(CD)가 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해당 조달 비율도 같은 기간 33.4%에서 35%로 높아졌다. 안정적인 장기 조달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용자산의 만기가 길어지면서 자산·부채 관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자산 성격에 비해 현지 심사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런던지점의 대출자산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영국과 유럽의 대출 규제 정책, 시장 관행, 고객 특성을 반영한 개별 심사 필요성이 커졌지만 기업금융과 IB 모두 본점과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만 심사가 이뤄졌고, 지점에 배치된 심사역도 1명에 불과했다. 이에 금감원은 런던지점의 심사 역량이 떨어지고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런던지점은 전산시스템 관리에서도 미비점을 노출했다. 국민은행 내규상 중요정보가 저장되는 정보처리시스템과 정보보호시스템 등 중요시설에는 물리적 보호대책이 필요하고, 주요 전산작업도 본점 관리·통제 아래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런던지점은 일부 시스템을 지점 내에서 운영하면서 물리적 보호대책을 미흡하게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해킹이나 악성코드 감염 등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국내 본점 전산망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업계는 런던지점이 자본시장·IB 기능을 키운 만큼 현지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관리 기반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런던지점은 국민은행의 해외 자본시장·IB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점포로 꼽히지만, 자산 규모와 업무 영역이 커질수록 조달 안정성, 현지 규제 반영, 심사 전문성, 전산 통제 등 관리해야 할 변수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 IB와 기업금융은 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조달 만기, 현지 규제, 심사 인력, 전산 통제까지 관리 체계가 함께 정교해져야 하는 영역"이라며 "런던지점의 경우 외형과 기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현지 관리 체계가 같은 속도로 고도화됐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IB 기능을 키운 해외 점포라면 단순히 본점 기준을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신심사 강화와 관련해서는 현지 고객과 금융규제 상황 등 지역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심사 인력을 증원 배치할 예정"이라며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조달 수단 비중 확대와 만기구조 분산을 진행하고, 해외지점 전산시스템 관리 강화를 위해 지난달 본부부서가 10일간 현지 당국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와 현장 실태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