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풍부한 서남권, RE100 대응 전략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정부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생산능력이 대폭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DS부문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최근 3년간 소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생산거점으로 검토되는 광주가 장기적인 전력 조달 전략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DS부문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023년 24%, 2024년 25%, 2025년 26%로 최근 3년간 연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같은 기간 6569GWh에서 7184GWh, 7962GWh로 꾸준히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환율 개선이 더딘 것은 전체 전력 소비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보고서에서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생산과 전력 수요가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확대만으로는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국내 전력시장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과제는 정부의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용인 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 팹 건설 일정은 기존 2040년대 중후반에서 2030년대 중반으로 앞당겨지고, 수도권 생산능력도 향후 5년 안에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증설이 이뤄질수록 RE100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조달 규모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내 전력 인프라가 이러한 속도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충하고 신규 송전선로는 지중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과 막대한 지중화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새 반도체 생산거점을 서남권으로 확대한 배경에도 전력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해 수도권 전력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광주를 신규 후보지로 검토하는 이유로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광주를 비롯한 서남권은 국내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생산시설을 재생에너지 공급이 풍부한 지역에 배치하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확대와 RE100 이행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변동성이 큰 만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BESS), 전력망 확충, 원전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도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국내에서 252MW 규모의 신규 전력구매계약(PPA) 6건을 추가해 누적 11건, 681MW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아울러 고객사가 요구하는 무탄소에너지(CFE) 관련 산학과제를 수행하고, CF연합 활동에도 참여하며 재생에너지 외 무탄소 전원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가프로젝트의 성패가 생산시설 증설뿐 아니라 전력 확보 전략에도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RE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고객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조달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만큼 그 공장에 공급할 무탄소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광주 등 서남권 거점 검토 역시 생산시설 분산뿐 아니라 RE100 대응과 장기적인 전력 조달 전략까지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