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경험률 83.6%…국민 소비재 됐지만 경쟁은 과열
과장광고·품질 논란 속 ‘검증된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최근 정체 국면에 들어서며 ‘무차별 확장’에서 ‘선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6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됐고, 소비자 기준은 한층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뚜렷한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5조9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년간 이어지던 고성장이 멈추고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들어선 것이다.
반면 소비 기반은 오히려 확대됐다. 같은 조사에서 건강기능식품 구매 경험률은 8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관련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셈으로, 건강기능식품이 일상 소비재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시기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시장은 단기간에 급팽창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던 시장은 2022년 6조원을 돌파한 뒤, 현재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수요가 안정되면서 성장률은 4~6% 수준으로 둔화되거나 일부 연도에는 역성장까지 나타나는 등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시장 팽창 과정에서 나타난 ‘과잉 경쟁’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구조 속에서 제약사뿐 아니라 유통, 뷰티, 스타트업까지 대거 뛰어들면서 브랜드 수가 급증했다. 특히 온라인 중심 유통 확대와 SNS 마케팅이 결합되며 단기간에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품질 논란과 과장 광고 문제도 잇따랐다. 기능성 원료에 대한 과학적 검증 없이 ‘면역력 강화’ ‘다이어트 효과’ 등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진 것이다. 일부 제품은 원료 함량이나 표시 기준과 관련된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최근엔 소비자 행동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 성분이나 광고에 의존하기보다 원료의 출처, 함량, 기능성 인증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지는 ‘정보 기반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원료와 성분 정보를 확인한 뒤 구매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절대 강자였던 홍삼 시장은 1조원 아래로 내려오며 감소세를 보인 반면, 비타민·미네랄 제품은 생산액 5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하며 새로운 주력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이는 소비 트렌드가 ‘전통 보양식’에서 ‘일상 건강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변화는 ‘맞춤형’과 ‘프리미엄화’다. 개인 건강 데이터 기반 맞춤형 영양제 시장은 별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능성 원료와 임상 데이터를 강조한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단순한 제품 수 확대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기술과 신뢰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결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더 이상 ‘누구나 들어와서 팔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유지되지만, 브랜드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이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능성 입증과 원료 신뢰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소비자 수준이 높아진 만큼 결국 살아남는 브랜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