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지원에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인텔이 10년 이상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단순한 유리기판 개발을 넘어 첨단 패키징과 파운드리를 결합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선두 주자로 평가한다. 3년 내 양산을 자신하고 있다.
유리기판은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차세대 패키징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성능 향상이 미세공정 중심에서 첨단 패키징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유기기판(ABF)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과 일본·대만 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텔을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연구개발 역사다. 인텔은 경쟁사들이 유리기판 개발을 본격화하기 훨씬 전인 10여 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왔다. 인텔은 지난 2023년 유리기판 기술 공개 당시 “10년 이상의 연구개발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의 진짜 경쟁력은 단순히 개발 시기가 빠르다는 데 있지 않다. 유리기판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현재 유리기판 개발에 뛰어든 기업 상당수는 기판 제조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인텔은 EMIB와 포베로스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EMIB를 유리기판과 결합한 기술을 공개하며 차세대 AI 패키징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단독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경쟁력은 유리기판 위에 얼마나 많은 칩을 집적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인텔은 단순한 유리기판 제조사가 아니라 유리기판을 활용한 패키징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유리기판을 통해 기존 기판보다 더 많은 칩렛을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1조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초대형 패키지 구현에도 유리기판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수록 인텔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파운드리 사업과의 연계다. 현재 TSMC는 CoWoS를 앞세워 AI 패키징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텔은 공정 기술과 첨단 패키징, 유리기판을 통합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파운드리 고객이 증가할 경우 유리기판 역시 인텔의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인텔 파운드리 수석부사장(EVP)으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부사장은 향후 인텔에서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후공정 기술 개발 및 생산 전반을 총괄한다. 인텔이 유리기판을 단순 소재 기술이 아닌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인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정부는 CHIPS법을 통해 인텔에 최대 78억6000만 달러 규모의 직접 지원금을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과 패키징 인프라 확대에 투입되는 자금이 향후 유리기판 상용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태계 구축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유리기판은 소재와 장비, 패키징 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 산업이다. 인텔은 오랜 연구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으며, 업계에서는 인텔이 유리기판 산업 초기 표준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유리 특유의 취성으로 인한 균열 문제와 수율 확보,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일본·대만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도 유리기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텔은 유리기판 자체보다 이를 활용할 패키징 기술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결국 유리기판 시장은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보다 누가 고객에게 완성된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점에서 인텔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