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DS 우선 교섭" 승부수, 노조 지형도 사업부별 재편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재신임 절차를 밟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이 "DS부문 우선 교섭"을 선언하며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지형이 각 사업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같은 회사 직원임에도 서로를 다른 회사 구성원처럼 인식하는 이른바 '정서적 분사'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1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최승호 위원장의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투표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표면적으로는 위원장 재신임 절차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투표를 삼성전자 내부 갈등 구조가 드러난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동행노조 등 세 갈래로 나뉘는데, DS부문 직원들은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DX부문 직원들은 전삼노와 동행노조를 중심으로 뭉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초기업노조는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조합원 수가 7만6000명을 넘어서며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협상 결과를 둘러싸고 조합원 반발이 이어지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과반 지위를 상실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17일 오전 기준 5만6450명이다.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갈등은 DS(반도체)부문과 DX(모바일·가전)부문 사이의 갈등이다. 임금협상을 통해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신설되면서 사업부별 실적 차이가 보상 규모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DS부문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반면, DX부문은 보상 수준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만이 확산됐다. 이후 DX부문의 상당수 조합원들은 전삼노와 동행노조 등 다른 노조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초기업노조는 최승호 위원장의 재신임 투표가 가결될 경우, DS부문 중심 색채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최 위원장 역시 재신임 입장문에서 2027년 교섭에서는 DS부문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DS부문 중심의 교섭 단위 분리와 DS부문 위원회 구성, 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전자 내부의 '정서적 분사'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회사 직원이라는 인식 아래 노조 간 경쟁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노조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부문 간 갈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DS부문 내부에서도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사업부 간 인식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회사가 대외적으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를 묶은 종합반도체(IDM) 전략과 턴키 경쟁력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성과 평가와 보상은 사업부 손익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메모리사업부는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면서 성과급 수혜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메모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회사는 하나인데 보상 체계는 사실상 다른 회사처럼 운영된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최 위원장이 추진하는 DS부문 중심 교섭 체계 역시 향후 메모리·비메모리사업부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가 DS부문을 대표하는 노조로 자리매김할 경우 사업부별 요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반영할지가 새로운 숙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신임 투표는 특정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조직문화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사업부별 성과와 보상 체계가 세분화될수록 구성원들의 소속감도 사업부 중심으로 이동하는 만큼 회사 차원의 통합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