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규제는 지역 구분 없어 지역금융 정책과 충돌…"지역 살리자더니 대출 조인다" 혼선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지역금융을 강화하려는 정책이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부딪혔다. 농협은행이 지방 정착을 돕겠다며 내놓은 비수도권 주담대 우대금리 패키지가 6주 만에 대출 총량 초과라는 역풍을 불렀다. 이제는 오히려 대출 문턱을 높이며 그 수요를 차단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농협은행은 지난 4월 17일 '지방 정착 금융 패키지'를 발표하고 4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비수도권 소재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 신규 고객에게 올해 말까지 총 1조원 한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대금리 0.2%포인트 신설, 중도상환해약금 전액 면제, 고객 부담 인지세 전액 은행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이 담겼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당시 "국가정책으로 추진 중인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결국 사람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지역경제의 최일선에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 지역사회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주 만에 역풍이 불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농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를 주문했다. 2분기 들어 지방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5월 말 기준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분이 올해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급증 배경 중 하나로 지방 거주 차주의 주담대가 꼽히는데, 파격적인 조건의 지방 정착 패키지가 수요를 끌어들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규제 설계의 구조적 한계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농협은행이 지방 주담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급해도, 전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는 하나로 묶여 있다. 비수도권 지원을 늘릴수록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는 구조다. 농협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금융을 강화하려는 정책과 가계부채 총량 규제라는 두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농협은행은 속도를 거꾸로 돌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 일별 한도를 정해두고 관리에 들어갔고, 수도권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가입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MCI에 가입하지 않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구조라 사실상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향후 대출 금리 인상 등 추가 수요 억제 조치도 예상된다.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은행권 전반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한 기존 대출 상환 유도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 주민 입장에선 당혹스럽다. 6주 전 농협은행이 "지방에 오면 우대금리를 드리겠다"고 홍보하던 바로 그 은행이 이제는 대출을 조이고 있다. 패키지 혜택을 믿고 대출을 알아보던 비수도권 수요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다.
농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그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조9334억원(정책대출 제외) 감소해 총량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매년 하반기로 갈수록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언제든 대출 문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20%포인트 축소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정착 패키지 자체의 취지나 설계가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가계대출 총량이라는 단일한 제약 아래에서 지역별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량 관리와 지역금융 활성화라는 두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좀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