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상품 유동성에 성패...거래대금 유입에 따른 운용자산(AUM) 재편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순자산 총액 449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극대화한 레버리지 상품이 자산운용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지수나 섹터 중심의 분산 투자에 집중해온 운용사들이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을 활용한 고수익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점유율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는 22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8곳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2배 ETF를 일제히 출시한다. 참여 운용사는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하나·키움자산운용 등 총 7개사로, 출시 상품은 16개에 달한다.
업계 선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KODEX'와 ‘TIGER'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온 양사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에서도 초기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심도 이미 뜨겁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해 필수적인 사전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 수는 8350명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지수형 대비 높은 위험성을 고려해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기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투자 열기는 기초자산의 주가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오늘 오전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2.69% 상승한 26만2000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흐름을 이어갔고, SK하이닉스는 9.8% 오른 158만9000원에 거래중이다. 양대 반도체 기업의 초강세가 지속되면서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운용사 간 전략 차별화도 뚜렷하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 능력을 앞세워 시장 표준을 선점하려는 반면,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은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까지 동시에 출시하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통해 후발주자로서 점유율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한편 코스피 강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등장은 자산운용업계 지형을 뒤흔들 변수로 평가된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 패시브 상품 대비 거래 회전율이 높아 단기간 내 순자산(AUM)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 이에 따라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흥행 여부가 상반기 운용업계 리그테이블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초기 유동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호가 스프레드가 좁고 충분한 거래량이 확보돼야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더라도 유동성 공급(LP)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매매 체결 오차가 발생하고, 이는 곧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촘촘한 호가와 거래 편의성을 제공하는 운용사가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변동성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지수형 대비 개별 기업의 실적과 뉴스에 따른 가격 변동 영향이 훨씬 크다.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손실 역시 2배로 확대되며,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횡보장에서는 기대 수익률을 밑돌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6년 들어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지면서 지수보다 개별 종목 모멘텀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레버리지 ETF 상장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고수익 기회를, 기관 투자자에게는 효율적인 헤지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