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봇용 스페셜티 PVC 앞세워 첨단소재 경쟁력 강화
[녹색경제신문 = 한승진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LG화학이 범용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첨단소재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로 기존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효율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전기차·로봇 등 미래 산업용 특화 소재를 확대하며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플라스틱·고무 산업 전시회 ‘Chinaplas 2026’에서 스페셜티 PVC 소재 ‘HRTP(Heat-resistant and Recyclable Thermal Plastic)’로 ‘Top 10 Technology Excellence Award’를 수상했다. 국내 참가 기업 가운데 유일한 수상이다. HRTP는 기존 범용 PVC 대비 고내열성, 유연성, 내마모성을 강화한 고기능 소재로 전기차 충전 케이블, 자동차용 전선, 로봇 내부 배선 등 고성장 산업군 적용을 목표로 개발됐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기술 인증을 넘어 LG화학의 사업 구조 전환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범용 PVC 시장이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약화된 반면, 스페셜티 PVC는 성능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형성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산업용·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고내열·고유연 케이블 소재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HRTP는 기존 소재 대비 유연성을 높이고 고전압·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움직임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악화 대응 전략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 영향으로 공급 과잉 국면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도 생산 조정과 설비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역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화학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범용 제품 중심의 규모 경쟁만으로는 중국 기업과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석유화학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 제품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중국 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연구개발 기반의 고기능·첨단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전장 소재 등 첨단소재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HRTP 수상이 단순한 제품 성과를 넘어 석유화학 기업에서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석유화학 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소재 비중을 확대하는 기업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전기차와 로봇 산업 성장 속도에 따라 스페셜티 소재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