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실체인 FDA 문서, 되려 미완의 실체 입증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S-PASS는 가짜며, 특허도 없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제네릭이 아니라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
삼천당제약 전인석 대표가 기자들에게 잠시 화면을 봐달라고 한 후 띄운 문구입니다. 기자간담회가 시작된 지 30분 만입니다. 시장에 넘치는 루머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했습니다. 전 대표는 "자료는 어마어마하지만 일일이 보여줄 수 없어 공신력 있는 문서를 보여주겠다"고 했죠. 표정에선 자신감과 비장함이 동시에 읽혔습니다.
그렇게 공개한 자료가 미국 규제당국과의 미팅을 알리는 문서였습니다. 'synthetic semaglutide', 'SNAC-free delivery platform' 등 일부 문구에 표시된 빨간 박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제네릭으로 인정받은 만큼 추가 임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 특허법률사무소에서 S-PASS는 노보노디스크 제제 특허에 침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서도 공개했습니다. 취재 열기로 실제 덥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장내에 정적이 흐른 순간입니다.
"실체가 없는데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저런 국가기관하고 수 차례 미팅을 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담긴 사전 신청서를 제출합니까? 비겁하게 익명으로 루머를 내놓는 분들도 계시지만, 삼천당제약 기술은 세계 공인기관의 검증을 거친 서류 위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S-PASS를 통해 환자들을 주사의 공포에서 해방해 만능약 시대를 여는 여정에 당당히 동참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제약 새 역사를 쓰는 삼천당제약을 지켜봐달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릴리, 노보노디스크라는 수식어가 삼천당제약에 뒤따르도록 할 것이라면서요. 확신에 찬 그의 표정을 보며 제가 찾고 보고 들었던 것들을 잠깐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은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되면서부터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익분배 비율, PK데이터 공개부터 미국 FDA와의 행정 절차를 담은 문서에 대한 설명 등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정확히는 PK데이터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부터였네요. 전 대표는 포디움 바로 앞에 앉은 실무자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PK데이터, 그거 우리 오픈할 수 있잖아."
임상 데이터 등 디테일은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사업개발(BD) 담당자가 설명하는 게 당연하죠. 문제는 이후 '본부장'이라고 지칭된 석상제 디오스파마 대표가 특허 등 핵심 기술의 행정 절차를 설명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디오스파마는 삼천당제약과 무채혈혈당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던사업파트너로 파악됩니다.
자신을 '실무자'라고만 소개하고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석 대표는 특허 등록을 임의로 지연하고 있다며 "상업화 시점과 맞물려 등록이 완료되도록 심사 유예나 보정 절차를 활용해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정 절차에 불과한 특허 '등록'보다 출원 번호를 부여받고 FDA와 협의를 시작한 사실이 기술 실체를 공식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더 증폭된 지점이죠. 그러다 "신원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잇따른 요구에 자리를 피해 회의실을 나가버린 겁니다. 의기양양했던 전 대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습니다.
이후 회사 측은 시간이 다 됐다는 이유로 빠르게 기자간담회를 종료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자간담회 시작할 당시 의기양양하던 전 대표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속된 말로 '기 빨려' 보이는 표정만 남았습니다. 포디움 앞에 앉아 있던 실무자가 기자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동안, 전 대표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간담회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회사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또는 파트너)이 논란의 핵심을 설명하는 상황도 그렇거니와 해명들이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삼천당제약의 '아마추어리즘'과 모종의 불안함을 느꼈다는 평이 많습니다. 기자들을 너무 얕게 봤다는 여론도 팽배해 있고요.
삼천당제약을 처음 알게 된 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핵심 기술을 발표할 때였습니다.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 기술 등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하는 가운데 체결된 계약이어서 기업 행보를 눈여겨봤었죠.
보내준 다른 보도자료를 정리하다 특허 출원 여부 등 합리적인 궁금증이 들어 질문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특허를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다"였습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의 짧은 업력으로도 '완벽함'이라는 수사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는 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번듯한 법무팀을 꾸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까요.
삼천당제약을 나서다 전 대표가 '루머'라며 종합한 삼천당제약을 향한 의구심을 담은 문장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어디까지가 루머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