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정부, 신재생에너지 투자냐 토종 환경 보존이냐 갈림길에 서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2월 말부터 촉발된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계속되는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망 충격과 가격 인상 사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자립이 그 언제보다 첨예화되고 있는 유럽에서 최근 영국 정부가 3년 반 넘게 추진해 온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건설 사업 승인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해 태양광 에너지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건설 사업체인 포토볼트 디벨롭먼트 파트너스(Photovolt Development Partners, 이하 PVDP)가 '보틀리 웨스트 솔라팜(Botley West Solar Farm)’ 발전 단지 신규 건설 착공을 코앞에 두고 영국 환경부(DEFRA)의 제동에 걸렸다고 영국 국영방송국 BBC가 최근 보도했다.
3월 26일(영국 시간 기준) 에드 밀리반드(Ed Miliband) 에너지 장관이 이끄는 영국 환경부는 보틀리 웨스트 솔라팜 건설 제안서의 환경적 및 기술적 위험성 평가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추가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전 단지 건설의 사업 시일 결정을 미루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PVDP는 지난 2022년 9월 영국 정부에 제출한 보틀리 웨스트 솔라팜 건설 사업 제안서에서 2025년 여름부터 태양광 발전 단지 건설 착공에 돌입해 오는 2029년 가을까지 단지 완공과 인근 전력망 전송 설비 등 인프라를 완비하고 가동에 들어가기로 돼있었으나 옥스퍼드셔 주 주민들과 환경운동 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영국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포함한 유럽 경제권은 석유와 천연가스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화석연료 수입 감축과 에너지 자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후 EU는 화석연료 수입 물량을 줄이고 태양광 발전된 에너지 수요 일부를 대체한 결과 에너지 3월 한 달 동안 에너지 수입 지출액을 약 30억 유로(우리 돈 약 5조 2450억 원) 절감했다는 고무적 보고가 나온 바 있다(자료: 엠버 에너지 싱크탱크).
일단 구축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바람과 태양을 포착해) 공짜로 청정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규 시설 인프라의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비싼 것이 최대 단점이다.
또, 녹색 청정에너지 사업 추진을 고려하는 EU 내 회원국들 간 풍력과 태양광 중 어느 신재생에너지원이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이냐에 대한 논쟁도 합의되지 못해 에너지 정책 분열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최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효율성 향상, 기존 전기 전송망 통합성, 투자 환수 등을 고려해 신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인프라 설계는 대규모화하는 추세다.
발전 단지 규모가 초대형화하는 만큼 건설 투자 비용 또한 천문학적 수치에 달한다.
이번 영국 환경부가 건설 승인을 연기하겠다고 제동을 건 보틀리 웨스트 태양광 프로젝트는 이 사업 실현을 위해 영화 8억 파운드(약 1조 600억 원)을 출자해영국 옥스퍼드셔 지역 약 2400에이커(약 971 헥타르) 면적 농지에 대략 태양광 집전판 200~250만 대를 설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840 메가 와트에 이르며 이 지역 인근 약 3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완공될 경우 유럽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자립 확보를 기약하는 이 초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이 지역 환경 오염과 생태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사회 및 환경 분야 전문가들의 강경한 반대 시위로 보틀리 웨스트 태양광 발전 단지 착공이 1년 가까이 지연되며 급기야 최근 정부 승인이 재차 연기된 원인이다.
옥스퍼드셔 주 주민과 주 의회 공무원들로 구성된 반대 시위 단체 ‚스톱 보틀리 웨스트’는 초대형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설 경우 본래 농경지였던 농경지를 앗아감으로써 지역 특산 농작물 수확량과 식량원 감소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 지역 천연 농지를 온통 태양광 집전판에서 파생된 유리와 강철(프레임) 파편으로 뒤덮어 되돌이킬 수 없는 토양 오염을 초래할 것을 경고한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은 파손, 노후화, 폐기 과정에서 유리와 강철 파편을 발생시켜 농지를 오염시켜 지속 가능한 농업을 불가능하게 하고 농지 가축과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유럽의 농업대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는 2024년부터 농경지에 태양광 집전판 신축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스페인은 일부 지정된 포도, 올리브 등 핵심 작물을 재배하는 농경지역에 태양광 집전판 설치를 전면 금지한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가 초래할 수 있는 환경적 위험성은 또 있다. 태양광 집전판 설치를 위해 농지에서 자라던 토종 나무 및 야생 동식물들의 천연 서식처와 경관이 파괴되며 그 결과 비가 올 때마다 홍수가 날 위험성도 높아져 환경 훼손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스톱 보틀리 웨스트 시위자들의 주장이다.
당초 밀리밴드 영국 환경부 장관은 올 5월 10일까지 도시계획 심사관들이 올 2월 제출한 보틀리 웨스트 태양광 발전 단지 건설 제안서를 검토하고 승인 여부 결정을 하도록 돼있었으나 발표일은 9월 중으로 연기됐다.
통상 정부가 주도된 에너지 사업은 정치 경제적 사안인 만큼 지역사회나 이익단체의 반대 시위나 기술적 이슈를 이유로 들어 지연 또는 백지화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번 보틀리 웨스트 태양광 사업은 신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영국의 에너지 자립이냐 아니면 자국 농지와 환경 보호냐 사이의 두 중대한 쟁점 사이에서 내려야 할 다분히 정치적 의사결정이 될 것이란 점에서 예의 주시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