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CDP 응답 기업 91% 이사회 기후 책임·93% 리스크 통합…재무 연계 데이터 확보 과제
- 금융위 2028년 의무화 로드맵·국회 1∼2년 내 법정 전환 압박 속 금융권 대응 격차 부상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기후공시 법정 의무화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기관 700여 곳이 투자 의사결정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이 올해 우수 성과를 인정받았다.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후공시 법정 의무화 일정이 1∼2년 내 전환 논의가 구체화하는 시점에, 이들 3곳 금융기관의 기후 경영 성과가 이날 컨퍼런스에서 공개됐다.
10일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CDP 코리아 컨퍼런스 2026'에는 정부·국회·금융·산업계 인사 260여 명이 참석했다. CDP는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비영리 기관으로,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정보를 수집해 글로벌 금융기관의 투자 의사결정 참고 자료로 제공한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2만4000여 개 기업이 CDP를 통해 환경정보를 공개했다.
KB금융은 이날 기후변화 대응 부문 우수 기업에 수여하는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에 9년 연속 선정됐다. 2050년 탄소중립 이행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기반으로 녹색금융 투자 확대,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온실가스 직접 감축을 추진해온 점이 선정 근거가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CDP 최상위 등급인 리더십 A를 8년 연속 획득하며 5년 연속 플래티넘 클럽에 편입됐고,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그룹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어 임직원 탄소배출량을 측정·관리하는 '그린 인덱스 제도'를 도입한 점이 주된 평가 근거가 됐다.
IBK기업은행도 리더십 A 선정과 함께 국내 상위 5개 기업에만 수여하는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과 금융 부문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를 동시에 받으며 3개 금융기관이 이날 나란히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수상 기관의 성과가 업계 전반의 준비 수준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이날 국내 CDP 응답 기업 700곳 중 292개사를 분석한 결과, 91%가 이사회 차원의 기후변화 책임을 보유하고 있었고 93%는 전사적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에 기후 리스크를 통합해 관리 중이었다.
형식 체계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투자자가 요구하는 재무 연계 데이터 수준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상임위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비교 가능하고 일관된 고품질의 ESG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공시 데이터가 재무제표와 연계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제도화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ESG 의무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고 최초 적용 대상을 2028년부터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설정했다.
공급망을 포함한 가치사슬 배출량인 스코프3(Scope 3) 공시는 2031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더 빠른 법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거래소 공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내에 사업보고서 기반 법정 공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무화 범위가 확정될수록 아직 준비가 덜 된 금융기관들의 과제도 선명해진다. 공시 의무화 범위가 넓어질수록 준비 수준이 저마다 다른 금융기관들 간 격차도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체계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는 많은 기관이 갖췄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원하는 건 재무와 연계된 정량 데이터"라며 "그 수준까지 가려면 지금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