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맞춤형 향수 제조 상용화 앞당길 것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내가 찍어둔 사진이나 사진첩에 간직된 오랜 사진을 세상에 둘도 없는 나 만의 유니크한 향수로 제향해 가질 수 있는 개인별 맞춤 프레이그런스(fragrance) 시대가 머지않은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우리가 기억과 추억하는 방법은 전격적으로 달라졌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일상 속의 특이한 사건, 기록해두고 싶은 장면이나 사물을 발견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두고 디지털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거나 타인과 공유하며 지난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으로 편집해 보관하는 이른바 ‚확장된 기억(extended memory)‘의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명문 공과대학 매사추세츠 공대 산하 미디어랩(MIT Media Lab) 소속의 한 과학자가 생성 AI를 이용해 사진 속 콘텐츠를 분석한 후 그 내용을 조합해 추억의 향기로 전환시켜주는 조향 기계를 개발해 화재다.
MIT 미디어랩에서 연구하는 사이러스 클라크(Cyrus Clarke) 박사가 고안해 낸 '아네모이아 디바이스(The Anemois Device)’로 이름 된 ‚AI 향기-기억 전환 기계(scent-memory machine)‘는 3가지 기능을 하는 플라스틱 소재 장치를 3단으로 쌓아 구성한, 말하자면 인공지능 향기 조향사다.
사용자가 기계의 맨 윗부분에 사용자가 인화지에 인쇄된 아날로그 사진을 투입하면, 중간 부분에 장착돼있는 AI 기반 컴퓨터로 사진 속에 담긴 이미지가 입력된다.
사진 입력 후 사용자는 3개의 회색 다이얼을 좌우로 조절해 녹색 네온 스크린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다. 첫 다이얼은 경치・사물 또는 인물 선택, 두 번째 다이얼은 피사체가 있는 시대와 연령, 세 번째 다이얼은 장면 속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아네모이아 디바이스는 사진 속 이미지와 사용자의 희망 프롬프트를 종합한 후 이를 맞춤 향기로 조합해 기계 맨 아래에 위치한 배출 용기로 내보낸다.
이제까지 과학계와 소비자 리테일 마케팅 업계에서는 시공간의 제약과 기한이 한정된 순간적 감각 경험인 후각을 시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킬 방안 구상에 고심해왔다.
흔히 후각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본능 영역과 연결된 감각인 반면, 시각은 교육과 훈련으로 연마되는 한층 후천적 감각으로 알려져 있다.
아네모이아는 이 두 감각 영역을 연결하는 흥미로운 학문 분야다. 시각 정보를 인간 심리 깊숙한 후각 감각계로 자극해 추억을 회상하거나 없던 기억을 창출할 경우 리테일 부문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이윤창출의 성배가 될 기대를 받아왔다.
이 AI 시각-후각 전환 기계의 명칭 ‚아네모이아’가 시사하듯, 발명자인 클라크 박사는 과거 속 잊혔던 추억의 향기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특히 한 번도 후각으로 직접 체험해 적 없는 상상 속의 냄새 또는 향기도 접해볼 수 있는 제향 공정 법 개발에 몰두해오다 생성 AI의 대형 언어 모델(LLM)과 시각언어 모델(VLM)을 이용, 캡션에 기반한 텍스트와 이미지 패턴 분석 기술을 응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아네모이아란, 가령, 1960년대 히피 시절 과거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X세대 혹은 MZ 세대가 막연히 그 시절에 대해 향수의 감정을 느끼는 상상의 노스탤지어를 의미한다.
생성형 AI 기술 덕분에 이제 사용자는 직접 살았었거나 경험해 본 적 없는 과거 시대를 사진 속에 남겨진 시각적 기록을 자료 삼아 향기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아네모이아 디바이스는 오래돼 빛바랜 가족사진 속 할아버지가 타시던 옛 자전거의 녹 냄새, 봄철 거리의 꽃나무 향기, 한여름 나무 밑에서 연인과 나눠 먹은 사과향 등 사진 속 ‚향수(노스탤지어)‘가 담긴 이미지를 향기(프레이그런스)로 전환해 독특한 시각-후각 연결 경험을 선사한다
현재 아네모이아 향기 제조기는 약 50여 조향 원료들이 카트리지에 저장된 채 사용자의 사진과 프롬프트 명령에 따라 다양한 추억의 향기 — 예컨대, 바다, 숲속, 각종 과일향, 헌 책등—로 조향이 가능하다.
글로벌 뷰티업계의 향수 시장은 연간 성장률 8.04%라는 굳건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5년 후인 2030년까지 총 글로벌 시장 규모 5900억 달러(우리 돈 약 8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될 만큼 오늘날 4대 핵심 뷰티 세그먼트로 자리 잡았다(자료: 매킨지 소비자 리테일 팟캐스트, 2025년 8월 28일).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