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협동조합”에 제동 건 대법원…택시업계 편법 구조, 이번엔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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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협동조합”에 제동 건 대법원…택시업계 편법 구조, 이번엔 끝내야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02.2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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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조합원도 근로자일 수 있다.”
“조합원”이라더니…실상은 통제받는 운전기사
“직장의료보험이 더 유리” 주장…그 돈은 누가 내나
책임은 개인택시처럼 피하고, 수익은 사업자처럼?
조합 이탈·구조조정 불가피…업계 후폭풍 예고
형식 아닌 실질…이제는 ‘알맹이’까지 따질 때
조합택시
조합택시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이 한 문장은, 수년간 논란이 돼 온 일부 택시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겨냥한 판결로 평가된다. 형식이 아니라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로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면서, 그동안 협동조합이라는 외피 뒤에 숨어 노동법 적용을 피해 온 관행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조합원”이라더니…실상은 통제받는 운전기사

사건의 핵심은 단순하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해 출자금을 내고 택시를 운전해 온 기사들이, 조합 해산 후 새 조합으로 승계되지 않자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하급심은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조합원 지위와 별도로 근로자 지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판결은 특히 “협동조합도 조합관계 외에 근로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택시 운행 특성상 실시간 지휘·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복무 규율·영업 제한·근태 관리 등 실질적 통제가 존재했다면 이는 일반 택시회사 소속 기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겉으로는 ‘공동 경영’이지만, 실제로는 장시간 영업 제한, 운행시간 외 영업 금지, 결근 시 허락 의무 등 규율을 따르면서도 4대 보험·퇴직금·해고 제한 등 기본적 노동법 보호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구조에 법원이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직장의료보험이 더 유리” 주장…그 돈은 누가 내나

일부 조합원들은 “지역의료보험으로 60만~70만 원을 내던 것을 직장의료보험으로 2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을 반기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개인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한다. 협동조합이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그 사용자 부담분은 조합 재정에서 지출된다. 문제는 조합 재정의 원천이 결국 조합원 수익이라는 점이다.

평균 연 매출 5천만 원 안팎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수십, 수백 명의 조합원에 대한 사용자 부담이 발생하면 이는 상당한 고정비로 전환된다. 조합비가 기존 3천만 원대 구조였다면 4천만~5천만 원대로 오르거나, 정산 비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전체 배분 구조에서 다시 흡수되는 셈이다.

“결국 택시기사 본인이 내는 돈”이라는 현장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책임은 개인택시처럼 피하고, 수익은 사업자처럼?

그동안 일부 택시협동조합은 개인택시와 유사한 수익 구조를 강조해 왔다. 일정 출자금만 내면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회사 소속 기사와 달리 ‘사장님’에 가까운 위치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택시는 사업자 등록, 세금 신고, 4대 보험 전액 부담 등 스스로 책임을 지는 구조다. 반면 일부 협동조합 모델은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지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퇴직금 등 노동법상 의무에서는 벗어나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합자회사·주식회사 형태의 택시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비용 구조를 낮추면서도 근무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도 업계에서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 이번 판결은 이런 ‘절반의 사업자’ 모델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합 이탈·구조조정 불가피…업계 후폭풍 예고

문제는 앞으로다. 사용자 부담이 현실화되면 조합 재정 압박은 불가피하다. 조합비 인상이나 정산 구조 조정이 뒤따를 경우 수익 감소를 우려한 조합원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미 “4대 보험 적용이면 차라리 그만두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두 명이 빠지면 남은 인원에게 부담이 더 집중되는 구조, 다시 추가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간 내 업계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형식 아닌 실질…이제는 ‘알맹이’까지 따질 때

협동조합은 본래 상호부조와 공동의 이익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형식만 협동조합일 뿐 실질은 일반 운송사업과 다르지 않다면, 법적 책임 역시 그에 상응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 메시지다.

같은 영업을 하면서도 어떤 곳은 사용자 책임을 지고, 어떤 곳은 형식상 조합이라는 이유로 피해 간다면 시장 질서는 왜곡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무늬만 협동조합’ 모델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책임은 나누고 이익만 취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 대법원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협동조합이라는 간판 뒤에 숨을 것인가, 아니면 실질에 맞는 책임을 질 것인가. 이제 답은 현장과 정책 당국에 넘어갔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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