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에서 ‘재배치’로…디지털 전환 2단계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KB국민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점을 줄여온 대표 주자로 꼽혀 왔지만, 점포 축소의 한계와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기존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영업점 폐쇄 절차를 강화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하면서, 단순한 ‘점포 축소 중심’ 전략의 지속이 어려워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과거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영업점 폐쇄를 본격화했고, 2015년 말 약 1133개였던 점포 수를 2025년 1분기 기준 약 772개로 줄이며 361개 이상 감축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이었다.
이는 모바일·인터넷뱅킹 확산과 대면 창구 수요 감소를 배경으로 한 전략이었다. 국민은행은 비용 절감과 디지털 채널 중심 영업 모델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이를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핵심 성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책 환경이 바뀌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모든 점포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 체계 강화, 지역 의견 청취, 대체 수단 마련 등을 포함한 점포 폐쇄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반경 1km 이내 통합 조차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고, 비도시 지역 점포 폐쇄 시 지역재투자평가 감점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은행의 전략 수정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축소한 전력 때문에, 추가 감축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당국의 평가 기준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오프라인 거점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로 방향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금이 ‘디지털 전환 2단계’로의 이행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에는 영업점 축소와 모바일 채널 확대가 핵심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단순 축소를 넘어 대체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창구 확대, 무인 점포, 복합 점포 등 하이브리드 모델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전략의 중심을 ‘폐쇄’에서 ‘재배치’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업점 수를 줄이는 대신 지역별 수요에 맞춘 기능 조정과 디지털 상담·대면 서비스 결합으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용 절감 이상의 서비스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또 다른 변수는 고령층과 중소상공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이들 계층은 여전히 대면 창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민은행이 공격적인 점포 축소 전략을 유지하면 금융 접근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당국이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은행의 디지털 전략도 이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점포 축소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1차 전략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앞으로는 디지털 채널 고도화와 오프라인 거점 역할의 재정의가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지점을 없애는 방식만으로는 전략의 설득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행권 전반으로 보면, 국민은행의 변화는 상징성이 크다.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점포를 줄였던 은행이 전략 수정에 나선다면, 다른 시중은행들도 유사한 고민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이 ‘점포 축소 경쟁’에서 ‘서비스 구조 경쟁’으로 옮겨가는 신호로 읽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점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권이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축소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대면 영업점 축소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 시스템 고도화, 이동점포, 시니어 전담 상담 등의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