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용수 인프라 한계…단기간 입지 분산 쉽지 않아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기업들의 지방 투자를 재차 주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조성 중인 반도체 부지 외에 추가로 지방에 신규 공장을 조성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대규모 국내 투자가 진행 중인 용인, 평택, 청주 외 새로운 지역에 반도체 공장 건설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클러스터와 청주 공장 증설 등 이미 확정된 투자 이행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첫 1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언급하며 “수도권은 땅값과 전력, 용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과밀로 인해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첨단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지방을 새로운 발전 축으로 만들고 5극3특 체제에 기반해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측에서도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란다”며 “지방에 큰 기회가 있다고 보고 또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자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향후 지역 균형 개발을 위한 기업 투자 관련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재정 배분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중 지원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에너지 가격과 교육·문화·기반시설 등 지역 인프라 여건도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충북 청주 캠퍼스에 첨단 패키징 공장(P&T7) 투자를 공식화하며, 해당 투자가 정부의 지역 균형 성장 정책 취지에 공감한 결정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새로운 지방 거점을 추가로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청주 클러스터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지방 투자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방 투자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기간 내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지방에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과 용수, 교통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는 산업”이라며 “용인과 청주 등 기존 클러스터는 이미 인프라 구축이 상당 부분 진행돼 있어, 이를 대체할 신규 지역을 다시 찾는 것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있지만 간헐성 문제를 안고 있고, 이를 보완하려면 대규모 에너지 저장 설비(ESS) 투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용수 역시 농업용수와의 조정 문제를 감안하면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하루 수십만 톤 규모를 당장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반도체 공장의 입지를 당장 변경하라는 신호로 해석하기보다는, 후속 투자나 연관 산업, 후공정 및 연구개발(R&D) 기능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려는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기업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기존 클러스터 중심의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투자는 신규 팹보다는 협력사 단지나 산업 인프라 확충 중심으로 논의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