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범위 확대·사전통제 의무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이해상충 방지 지침’을 마련했다. 최근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지인 등이 연루된 부당거래 사례가 잇따르자, 이해관계자 거래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기준을 제도화한 것이다.
금감원은 3일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8개 은행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해상충 방지 지침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TF는 이해상충 관리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이해관계자 거래’의 유형을 정하고, 사전·사후 내부통제 절차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지침 마련은 검사 과정에서 다수의 부당거래 사례가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 직원 A씨는 은행 직원인 배우자와 입행 동기 등과 공모해 7년간 78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한 혐의로 적발됐다. 또 다른 퇴직 직원 B씨는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기 위해 고위 임원에게 부정 청탁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제적으로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감독준칙이 금융회사 이해관계자와 이해관계자 거래를 폭넓게 정의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법은 이해관계자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중심으로만 제한하고 있어, 실제 내부통제는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지침은 이해관계자를 ‘임직원 본인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대주주·특수관계인,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 기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해관계자 거래에는 신용공여, 지분증권 취득, 임대차·자산·용역 거래, 기부금, 그 밖의 유·무형 경제적 이익 제공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전자금융거래 등 이해상충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제외하고, 각 은행이 거래 유형별로 금액과 방식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형식적인 규제보다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사전 내부통제 체계도 구체화됐다. 은행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유리한 조건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하며, ▲이해관계자 식별 ▲자진신고 ▲업무 제한 및 회피 ▲취급 기준 강화 등 단계별 통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사후 통제도 강화된다. 은행은 이해관계자 거래 관련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점검 결과를 5년간 보관·관리해야 한다.
징계와 제보자 보호 장치도 함께 도입됐다. 내부통제 기준 위반은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 대상이 되며, 실제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중 사유로 반영된다. 은행권이 이미 운영 중인 준법 제보 제도를 활용해 제보자 보호와 보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지침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제도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각 은행이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내부통제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은행연합회 의결을 거쳐 자율규제로 제정됐다. 각 은행은 상반기까지 관련 내규 정비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오는 7월부터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