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파운드리 회복으로 DS부문 실적 반등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삼성이 돌아왔다.”
올해 초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가 발표한 신년사에 담긴 이 문장은, 불과 1년 4개월 전 삼성전자가 처해 있던 상황과 대비했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
지난 2024년 10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당일, 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쳤다”며 “기술은 타협할 수 없는 삼성의 자존심으로 이번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 DS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엔비디아 공급에 실패하며 경쟁사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였다. 2024년 3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으로, 메모리 업황 반등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서 한계를 크게 드러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 17조6000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상황이었다. 메모리 1위를 수성해 오던 삼성전자와의 영업이익 격차가 커지면서 대비가 뚜렷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난항이 이어졌다. 당시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약 9%대 수준으로 축소됐고, 1위인 TSMC가 60%대 중후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선단 공정 전환 과정에서 수율과 고객 확보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AI·HPC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부회장의 사과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리더십 문제 등 조직 전반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임원진 명의의 사과문은 위기 극복 선언이라기보다 내부 균열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약속을 성과로 증명해 내기 시작했다. 사과문 발표 반년 뒤인 지난해 4월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의 반전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일부 미주 HPC(고성능컴퓨팅)·오토 고객의 강한 수요에 대응해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저전력 CIS와 모바일 DDI향 공정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며 “HBM3E 개선 제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폭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예고는 구체적인 수주와 출하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AI6칩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8월에는 애플과 이미지센서(CIS) 공급 계약을 맺으며 컨콜에서 언급한 ‘미주 오토 고객’과 ‘저전력 CIS’ 전략을 명확히 실제 수주로 연결했다.
HBM 사업에서는 지난해 9월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그동안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던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수차례 일정이 지연되며 신뢰성 논란이 제기됐던 삼성전자의 HBM 사업이 주요 고객사 공급에 성공하면서 경쟁력 회복의 발판이 됐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양 축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며 DS부문 실적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까지 DS부문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에 그치며 매출(27조9000억원)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주와 HBM3E 판매가 시작됐지만, 초기 가동 비용과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이 실적을 제약했다.
그러나 3분기에 들어서며 흐름이 달라졌다.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도 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급증했다. HBM3E를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 비중이 늘고,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주 물량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기 시작했다.
4분기에는 개선 폭이 더욱 커졌다. DS부문 매출은 44조원, 영업이익은 16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DS부문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이어지던 부진을 하반기 실적 개선으로 만회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뚜렷한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메모리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을 것이며, 파운드리는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사과문에서 언급했던 ‘기술 자존심’을 회복한 셈이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