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특전’ 신호 이후 금융사 이동 본격화
금융중심지 지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그러나 JB금융은 ‘서울 집중’…상징적 경고 사례
통근버스 중단 조치…‘정주 없는 이전’ 막기 위한 고육책
“본사 기능 분산 없으면 금융허브는 간판만 남는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잇따라 전북혁신도시에 금융 거점 구축을 선언하면서 ‘제3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는 금융 인력 유입과 자산운용 생태계 조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북을 기반으로 성장한 JB금융지주가 서울에 새 사옥을 짓고 핵심 인력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행보를 보이면서 “지역 이전이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특전’ 신호 이후 금융사 이동 본격화
이번 금융사 이전 흐름의 촉매는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다. 국민연금은 전주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수탁·사무관리 기능을 지역에 집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전북에 사무소를 설치한 금융사와의 협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지역 입주 금융사에 대한 사업 기회 확대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증권·자산운용·보험 계열사를 집적한 ‘KB금융타운’ 조성을 발표했고, 신한금융 역시 자산운용·수탁·리스크 관리 기능을 묶은 금융 허브 구축 계획을 내놨다. 두 그룹은 향후 수백 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전북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라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와의 협업 가능성, 금융중심지 지정 시 규제 완화와 행정 지원, 지방 이전에 따른 세제·부지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상징성뿐 아니라 실질 사업 기회를 노린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중심지 지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전북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될 경우 정부 차원의 금융 인프라 지원이 본격화된다. 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사의 집적이 촉진되고, 자산운용·핀테크·기후금융 분야에 특화된 규제 특례와 행정 패스트트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 금융사의 국내 진출 거점으로 활용될 경우 세제 감면과 임대료 지원 등 인센티브도 뒤따른다.
지방정부 역시 토지 공급, 사옥 건립 지원, 이전 기업 임직원 주거·교육 지원 패키지를 함께 제공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신규 사업 기회, 대형 기관투자가와의 물리적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JB금융은 ‘서울 집중’…상징적 경고 사례
이 같은 정책 흐름과 달리 전북을 모태로 성장한 JB금융지주의 행보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JB금융은 정관상 본점을 전주로 두고 있지만, 지주사 핵심 부서와 경영진은 대부분 서울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 새 사옥까지 건설하며 수도권 중심 운영 체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전주 본점에 근무하는 지주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일부 계열사는 전주 본점에 사무 공간이나 상주 인력조차 없는 ‘유령 본점’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전북 금융중심지의 대표 주자가 오히려 수도권 쏠림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JB 사례는 금융중심지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본점 주소만 이전하고 실제 의사결정과 고부가가치 업무는 서울에 남기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통근버스 중단 조치…‘정주 없는 이전’ 막기 위한 고육책
정부가 최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 이전 효과가 반감되고 지역 소비·주거 수요가 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다수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이 주중에는 근무지 인근에서 생활하고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주말 정주’ 형태가 고착화돼 왔다.
전북 금융중심지 역시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금융사 사무소만 이전하고 핵심 인력은 서울에 거주한 채 출퇴근 형태로 운영될 경우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본사 기능 분산 없으면 금융허브는 간판만 남는다”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 정책의 성패가 ‘인력 숫자’보다 ‘기능 이전’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상담센터나 지원 조직이 아니라 운용, 투자심의, 리스크 관리, 상품 기획 등 고부가가치 핵심 기능이 실제로 지역에 내려와야 금융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KB와 신한의 이전은 긍정적 신호지만, JB금융 사례처럼 서울 집중 구조가 반복되면 전북 금융중심지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며 “본사급 기능 분산과 장기 정주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인 금융당국 역시 형식적 이전이 아닌 실질적 기능 이전 여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금융중심지 도전은 다시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간판 이전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 금융 구조를 실제로 분산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뒤따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