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관행' vs '개인 책임'…대법원이 따질 인과관계
8년 사법 리스크 종지부…하나금융 경영 안정화 분수령
[녹색경제신문 = 최성남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오는 29일로 다가왔다.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과거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무죄 확정 판례가 이번 상고심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무방해' 인정 여부, '조용병 판례' 적용될까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은행장의 '인사 추천' 행위를 어디까지 업무방해로 볼 것인가에 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의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하며 명확한 법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추천된 지원자가 기본적인 채용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단순한 인적 사항 전달만으로는 인사부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최고경영자의 추천이 있더라도 실무진의 점수 조작 등 구체적인 부정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함 회장의 경우 역시 1심에서는 이와 유사한 논리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특정 지원자를 추천한 사실은 있으나, 합격권에 들지 못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실무진에게 구체적이고 위력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기존 '조용병 선례'와의 형평성을 중시한다면, 2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법리적 해석 차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2심에서 유죄의 근거가 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다. 2심 재판부는 당시 하나은행의 남녀 채용 비율 차등이 은행장의 지시나 묵인 아래 이뤄진 차별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이 견지했던 '구조적 관행'과 '개인의 형사 책임' 분리 원칙에 주목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성비 채용 방식이 함 회장 취임 당시 새롭게 고안된 것이 아니라, 국내 금융권 전반에 걸쳐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공고한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특정 개인의 돌발적인 차별 행위가 아닌, 이미 구축된 관행적 구조 안에서 실무가 이뤄졌을 뿐이라면 이를 은행장 개인의 형사적 범죄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대법원에서는 '인과관계의 명확성'이 다시 한번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사법상 유죄 판결을 위해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필연적이고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입증돼야 한다. 은행장이 받은 '포괄적인 보고'나 '추상적인 인지'만으로 구체적인 성비 조작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실무진의 판단을 넘어선 최고경영자의 '적극적 개입'이 증거로 입증돼야 하는지가 파기환송 여부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다.
대법원 선고 앞두고 금융권 '촉각'
금융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의 경영 자율성 전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함 회장은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사법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긴 상태다. 이번 형사 재판마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될 경우, 하나금융은 8년여간 이어온 CEO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고 경영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대법원의 고심은 '사회적 공정성'이라는 가치와 '죄형법정주의'라는 법 원칙 사이의 균형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조용병 사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이고 새로운 증거가 2심에서 충분히 제시됐냐가 파기환송 여부를 가를 핵심"이라고 전했다.
최성남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