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직후 채권 발행’…기망 여부가 핵심 쟁점
롯데카드 매각, 법적 가능성과 별개로 ‘현실적 제약’
한앤·로터스PE까지 거론…업계 전반 ‘확산 경계론’
“사모펀드 일반화는 경계해야”
13일 이후, 남는 질문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오는 13일 결정된다. 사모펀드 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선 것은 국내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번 사태가 단일 기업 문제를 넘어 사모펀드의 책임 범위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13일 영장실질심사…MBK 수뇌부 4명 동시에 법정 선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13일 오후 1시 30분부터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MBK 수뇌부가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 악화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자금 조달을 강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했다고 보고 있다.
■ ‘신용등급 강등 직후 채권 발행’…기망 여부가 핵심 쟁점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신용등급 강등과 자금 조달, 회생 신청이 불과 며칠 간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2월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나흘 만인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고, 이후 전격적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채권 발행 과정에서의 고의성·기망성이 입증될 수 있는지가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 롯데카드 매각, 법적 가능성과 별개로 ‘현실적 제약’
MBK가 추진 중인 롯데카드 매각 작업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카드는 금융회사로, 대주주 변경 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 회장의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대주주가 중대 금융 범죄 혐의로 형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사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매각이 즉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 심사가 보류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 후보자들 역시 거래 종결 시점이 불투명한 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각 지연과 함께 협상력 약화, 매각가 하락 가능성도 거론된다.
■ 한앤·로터스PE까지 거론…업계 전반 ‘확산 경계론’
MBK 사태 이후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바디프랜드 인수 이후 경영권 분쟁과 형사 고소가 이어진 한앤브라더스, HL그룹과 거래 관계에 있는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로터스PE) 등이 시장에서 함께 언급된다.
로터스PE는 과거 HL그룹 계열사 투자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로터스PE나 HL그룹 관련 사안이 구속영장 청구 등 형사 책임 단계로까지 진입한 것은 아니다”며 “MBK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사모펀드 일반화는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차입 구조와 투자 회수 과정에 대한 감독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사건별 법적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법 전문가는 “형사 책임은 결국 고의성과 기망 여부 입증이 관건”이라며 “사모펀드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영 실패를 형사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13일 이후, 남는 질문
시장에서는 13일 영장실질심사 결과 자체보다, 사모펀드의 금융 거래 책임과 엑시트 전략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재정립될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MBK 사태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국내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