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중심으로 등급 하향 흐름 뚜렷…A+·S '제로'
금감원 제재 반영된 평가…G등급 직격
나열식 지배구조 공시, 투자자 판단엔 부족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금을 배분하고 기업을 평가하는 금융업 특성상 ESG 대응 역량이 중요함에도, 중소형 증권사 뿐만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마저 최고 등급은 커녕 A등급 방어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제재를 비롯해 내부통제 이슈가 누적되면서 증권업계 ESG 등급이 단계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사 ESG등급 단계적 하락…A등급 방어도 어려워
6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5년 ESG 평가 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20개 증권사 중 6곳이 B+(양호) 등급을 받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증권사는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진증권, 키움증권이다.
C(취약)등급은 DB증권, LS증권, 부국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5곳으로 나타났다. B(보통)등급은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상상인증권, 한양증권 등 4곳이었고, A(우수)등급은 삼성증권, SK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4곳에 그쳤다. 이번 평가에서 A+(매우 우수)나 S(탁월)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없었다.
특히 자기자본 2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의 ESG 등급 하락 흐름이 뚜렷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A등급에서 2024년 B+, 2025년에는 B등급으로 3년 연속 하락했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A등급 이후 2024년과 2025년 모두 B+등급에 머물렀다. 대신증권 역시 2023~2024년 B+에서 2025년 B등급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A등급을 유지한 곳은 삼성증권이 유일했다.
반면 ESG 등급이 상향 조정된 곳은 SK증권, 상상인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 한정됐다.
내부통제 제재 누적…거버넌스가 발목
한국ESG기준원은 증권업계 전반의 등급 하락 배경에 대해 "금융감독원 제재 이력 등이 ESG 평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제재를 비롯해 복수의 내부통제 문제가 이어지면서 ESG 등급 하향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한국ESG기준원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기준원은 2025년 1·2분기 등급 조정과 2분기 이후(7~10월)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해 정기 등급 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제재 발생을 이유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다수 증권사의 거버넌스(G) 등급이 단계적으로 하락했고, ESG 등급도 함께 낮아졌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거버넌스 등급이 2020년 B+에서 2021~2023년 B, 2024년 C, 2025년에는 D(매우 취약)까지 단계적으로 하락했다. 평가 대상 증권사 가운데 거버넌스 부문에서 D등급이 나온 것은 2023년 상상인증권 이후 3년 만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증권 산업이 정보보안 및 임직원 준법경영, 감사 및 내부회계 제도, 산업안전·환경 및 근로자 인권 등 전사 리스크관리 정책 측면에서 다른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내부통제 정책이나 위원회 구성 등 체계를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가 실제 리스크관리 수준과 대응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최근 글로벌 및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전사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식별・평가・관리하는 것이 주요한 지배구조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며 "증권업을 포함한 일부 산업에 대해 전사 리스크관리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세부적인 공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은 향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리스크 식별 방법 ▲중대성 평가 체계 ▲리스크 대응 및 관리 절차 ▲내부통제와 의사결정 체계 간 연계 방식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으로 공시 기준을 단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