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의견 경청' 약속했지만"…노조 위원장은 왜 단식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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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장 '의견 경청' 약속했지만"…노조 위원장은 왜 단식 택했나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12.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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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회장 '직원 의견 경청' 9월 약속, 부산 이전 주도 인사 경영진 선임 방침으로 3개월 만에 번복
- 前 회장 비서실장·본사 이전 준비단장, 조합원 평가 최하위에도 수석부행장·부행장 후보 거론
- 부산 이전 3년간 대리·과장·차장 250명 퇴사…노조 "금융권 도제식 업무 전수 체계 흔들려"
단식 투쟁에 나선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단식 투쟁에 나선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추진 경영진 선임 절차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노조는 이들을 경영진에 앉히면 조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사측은 "인사권은 회장 고유 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진우 부위원장은 23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상진 회장이 지난 9월 취임 당시 '직원들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석 달 만에 정반대 방침을 밝혔다"면서 "3년간 250명이 이탈한 조직에서 신뢰를 잃은 인사를 경영진에 앉히면 조직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박 회장은 산은 출신이지만 2019년 퇴임 후 6년의 공백기가 있어 부산 이전 투쟁 기간 직원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며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이 노조가 우려했던 인사들이었고, 여러 경로로 우려를 전달했으나 회장은 본인 구상대로 인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16일 박 회장과 노조의 면담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 여러 차례 면담을 가졌으며, 노조는 10월 실시한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박 회장은 "직원들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답했으나, 16일 면담에서는 부산 이전 주도 인사를 경영진에 선임하겠다는 정반대 방침을 통보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노조 측은 윤석열 정부 당시 '낙하산'으로 임명된 강석훈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 수석부행장 후보로, 본점 부산 이전 준비단을 총괄했던 팀장이 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조합원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진 평가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 부위원장은 "비서실장은 외부 출신 강석훈 회장에게 부산 이전을 가이드한 내부 인물"이라며 "내부 직원들이 여러 루트로 이전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측근에서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준비단 팀장에 대해서는 "이전 업무 실무를 총괄하고 국토부의 산은 이전 대상 기관 지정 절차를 이끈 당사자로, 노조와 직접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최근 3년간 250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퇴사했으며, 특히 대리·과장·차장 등 중간 실무자층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조 부위원장은 "부산 이전 과정에서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면서 조직 내 위계 인식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도제식으로 업무를 전수하는 금융권 특성상 숙련자 공백은 업무 연속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부위원장은 박 회장이 부산 이전 투쟁 과정에서 직원들이 겪었던 심리적 타격의 깊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장은 30년간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것이 당연했던 환경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최근 직원들의 조직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들은 지난 3년 투쟁을 통해 정부 방침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이전을 추진했던 인사들이 경영진이 될 경우 산업은행의 역할이 흔들릴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직원들과의 신뢰가 이미 크게 손상된 인물들이 경영진이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은행이 입은 가장 큰 피해는 직원 이탈보다 조직 내 신뢰 체계 약화"라며 "이런 인물들이 수석부행장이나 부행장 같은 고위직에 오르면 산하 직원들이 보고를 올리는 과정에서 심리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영진 인사 백지화와 함께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즉각 시행 ▲유연근무제도 확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현준 노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천막 농성에 이어 전날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상태다.

조 부위원장은 "위원장은 5일간 집에 가지 않고 현장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왔다"며 "비교적 젊고 건강한 편이어서 단기간에 건강이 크게 악화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명이 강행될 경우 부산 이전 당시처럼 매일 아침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모여 반대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산은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 측이 설문조사 결과가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아직 인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천막 농성과 단식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이 없다"며 "인사권은 회장 고유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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